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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아 Sep 02. 2023

소설가를 꿈꿨던 적이 있다

소설가를 꿈꿨던 적이 있다. 글 쓰는 게 직업인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그 당시 소설가 김영하의 생각에 매료돼서 저런 삶을 닮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의 소설을 찾아 읽으려 했고, 내겐 재미가 없었으며, 다른 소설에도 관심 가지려 해봤지만 대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소설이라도 관심 가는 쪽은 너무 많은 캐릭터 뒤에 숨어 에둘러가지 않고 '삶은 왜 이런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의 생각을 하게 하는 것들은 읽을 수 있었다.


언어를 학습하는데 3가지 정도 방법이 있다고 한다. 습득, 공부, 연습. 습득은 무의식적으로 불편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것이고, 공부와 연습은 의식적으로 불편하지만 참아내고 반복적으로 해내는 것이다.


그간 한국적인 삶은 공부와 연습이 우선이고, 습득은 부차적인 것 같은 느낌이다. 가장 먼저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한다고 증명해야 하고, 보여줘야 한다.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끼고 습득하는 과정이 먼저 되어야 공부와 연습보다, 마치 성적 점수를 내는데  처음엔 더딘 거 같아도 결국 다음부터 스스로 깊어지고 발전하는 데는 자기가 흥미를 느껴야 한다.


자발적으로 흥미를 느끼고 그게 기본이 된 상황에서 더 잘하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야 스스로 공부하고 연습할 때 시너지가 난다. 아무리 옆에서 채찍질해도 소수의 습관 좋은 사람 아니면 듣지 않는다. 습관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책임감과 의무감으로만 해내면 언젠가는 공허함에 채워 줄 무언가를 엉뚱한 곳으로 찾으러 다닐 수도 있다.


마음이 먼저 가야 그다음에 노력이 효과가 있지, 마음이 없는 사람에게 노력을 쏟으면 효과도 없고 빨리 지친다. 사회적 시선 같은 것이나 책임감이라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러한 것 때문에 자기 마음이 미약한 걸 책임감으로만 해나가는 건 결국 효율성이 떨어진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살 수 없지만, 하기 싫은 일도 책임감으로 집중해서 해내야 하지만, 결국 살아간다는 건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는 일을 해야, 옆 사람을 이기기 위한 시기 질투보다는 스스로 잘 해내고 싶다는 건강한 책임감이 들게 된다.


첫 문단으로 돌아가서, 나의 소설가라는 꿈은 꽤 거짓에 가까웠다. 시와 같은 문장은 좋아했지만, 소설가라는 이름에 좀 더 끌린 것인지 의식적으로 소설가처럼 되려고 애를 썼다. 내가 주도적으로 좋아하는 것과 많은 이들과 주변이 주도가 되어 좋아하는 걸 내가 좋아하는 것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혼란스러운 보통의 10~20대처럼.


나와 타인을 칼로 정확히 나눌 수 없지만, 무게 추처럼 내 마음이 편한 지점에 가까운 걸 해야 하고, 그런 이후에야 노력할 에너지도 왕성하게 생기는 것 같다. 사람과의 관계나 직업이나 내 마음이 늘 자연스럽게 하는 것들을 선택해 나간다면 이번 생은 안 망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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