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아 Nov 04. 2023

미용을 그만두고 가구 공장으로 면접을 보러 갔어

미용을 그만두고 가구 공장을 냅다 들어갔어. 관련 경험이 있지 않았지만, 마냥 어린 나이도 아니었고, 대학생 때 인력소 나간 거, 방학 때 두 달간 숙식 막노동은 해봤지. 그때 얘기하면 또 할 말이 진짜 많은데…


하여튼 집에서 차로 5분 좀 넘는 거리에 있는 가구공장에 면접을 보러 갔어. 나는 사회복지사 2급을 따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왠지 잡코리아보다는 알바몬에 이력서를 올리고 싶었어. 부담이 덜 해야 하니까… 이력서 쓰고 정말 가까운 거리 가구 공장에서 사람을 구해서  지원을 했지. 그랬더니 얼마 안 있어 면접을 보러 오라는 거야.


가구 공장 처음에 갈 때 이력서를 뽑아 가는 게 예의인 거 같아서 출력은 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그런 분위기가 아닌 거 같아서 차에 두고 공장 안에 들어갔어. 가자마자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묻더라고.


“이 일은 해봤어?”

“아뇨. 막일은 어릴 때 조금 해봤습니다.”


“초짜네… 한 번 해봐… 해봐야 알지 뭐.”


왔다 금방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은 건지, 확신을 안 주고 조금은 냉랭하게 대하더라고. 그러다 며칠부터 나올 수 있냐고 했고 면접이라고 할 것도 없었지만 마무리 돼 가는데 마지막에 이걸 묻더라.


“결혼은 했고?”


내가 어린 나이가 아니어서 이 말의 함의를 대충 알아들었지. 가구 공장 운영도 아니고 말단 직원이니 인정받는 분위기도 아니고, 경험 없는 사람에겐 힘들기도 하니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지. 그러니까 책임 질 식구가 있는지, 있어야 붙어있으니까 여쭤보신 거겠지.


외국인 제외하고 가구 공장에 온 한국인 치고 30대면 정말 어린 축에 속하니까… 멀리 보고 키우고 싶어 하시지. 결혼 안 했다고 하니까 실망 어린 눈빛이시더라.


뭐… 그렇게 해서 출근을 기다리게 되었고, 집에 돌아와 학점은행제 사회복지학을 등록했지. 두렵기도 한데 설레기도 했어.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29에야 현실에 직면하게 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