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후 첫 직장은 소비자 단체였다.
단체장님이 금연 운동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담배의 폐해에 일찍 눈을 떴다.
하지만 시절은 그렇지 않았다.
유년기, 친척들이 모이면 안방에서 화투를 치며 담배를 피웠고
대학 선배들은 강의실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며 걸었다.
사회인이 되고 시작한 회식.
회식 후 내 몸은 머리카락 한 올까지
심지어 핸드백 속 파우치에까지 담배 냄새가 깊숙이 배어 있었다.
난 우리 시댁이 담배사업자라는 걸 결혼 후 알았다.
세상에 담배 인삼공사 측과 비즈니스를 하는 농부들이 있다니
그게 내 시댁이라니
그런데 왜 부자가 아닌가.
담배를 만드는 회사는 엄청 부잔데
어마어마한 세금을 국가에 내고도 담배는 계속 팔릴 만큼
독점 시장인데
간접흡연도 나쁘다는 그 담뱃잎을 직접 만드는 시댁 식구들은
과연 건강에는 문제가 없을까
그런 생각도 했다.
어느 여름 시댁에 갔는데
분명 우리가 오는 걸 모두 알고 있는데
집이 텅 비어 있었다.
뒤뜰에도 나가 보고 집 앞 골목길도 나가 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조금 후에 옥상에서 시어머니가 내려오셨다.
날 알아보고 깜짝 반색을 하며 하신 말.
얼른 들어가라.
집 밖으로 나오지 말아라.
담뱃잎이 엄청 맵다.
곧이어
시어머니와 큰 시누이를 따라 내려오는 담뱃잎 뭉텅이는
땅으로 내려오자마자
눈이 시릴 정도로 매운 기운을 뿜었다.
이 계절에는 항상
큰딸 내를 돕기 위해
담뱃잎을 말리기 위해
꼬박 10년 20년 30년 이 집으로 오시는 분이 나에게 그리 말했다.
얼른 들어가라고,
담뱃잎이 맵다고.
어느 남자에게 받는 사랑보다
따뜻했다.
어머니 나이 77살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