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어머니는 내 손을 자주 만지면서 말했다.
애미는 손이 참 이뻐. 어떻게 이렇게 손이 이쁘냐.
시집가서부터 시작된 어머니의 손 타령은, 손 부심은, 아이를 낳고 나서도 계속 이어졌다. "애미는 손이 참 예뻐. 도현이도 널 닮아서 손이 참 이쁘잖아." 내 손은 그냥 평범한 수준이다. 물론 마흔다섯 살 차이 나는 시어머니에 비하면 내 손은 매우 길고 곱고 희었을 것이다. 나는 손이 예쁘다는 칭찬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내 손을 보고 그리 경탄하는 어머니가 참 재미있었다. 그저 젊음에 대한 칭송이려니 생각했다.
나는 그다지 아름다운 신체를 갖지 못했다.
키가 크고 날씬했지만(30대까지는) 이상하게 뭔가 조화롭지 못했고 고심해서 갖춰 입어도 옷발이 잘 서지 않았다. 남들보다 팔은 좀 긴 것 같고 발목은 좀 굵은 것 같고 뭐 그런 언발란스함이 모인 결과인 것 같다. 얼굴도 그렇다. 눈도 크고 코도 높고 입도 큰데 미인형은 아니다. 정말 이상하다. 그걸 알아서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옷차림에 매우 신경 쓰고 살았다.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잘 갖춰 입으려고 항상 애를 썼다. 신체의 부족한 점을 나의 노력으로 메우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서 어머니가 손을 찾아냈다. 내 몸 중에서 가장 나은 것, 가장 예쁜 것, 손. 마치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의 주인공처럼, 어머니의 마음이 내 몸에서 손을 찾아낸 것이다. 단신인 어머니에 비해 키가 크니까 당연히 손가락도 긴 건데. 시골 사람들에 비해 피부가 하야니까 당연히 손도 하얀 건데. 어쨌든 어머니는 단박에 손을 찾아냈고 사는 내내 그것을 칭찬해 주었다. 내가 노력하지 않고 가지고 태어난 어떤 것으로 인해 칭찬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칭찬 자체가 매우 생경했다.
가끔 친구나 지인의 손이 내 손에 스칠 때, 나는 깜짝깜짝 놀란다. 너무나 보드라워서다. 남의 손을 만질 일이 잘 없어서 몰랐는데, 내 손은 매우 거칠었다. 맨손으로 설거지나 빨래를 과하게 하면서 산 것도 아닌데 내 손은 매우 거칠다. 종이를 많이 만져서라고 위안 삼기는 하지만 어쨌든 나는 손바닥이 매우 거칠다. 그렇다. 우연히 하얗고 긴 손가락을 가진 나는, 살결마져 거칠었던 것이다. 그런 내 손을 어머니는 예쁘다고 만지고 칭찬해 준 것이다.
설거지를 하다가, 자판을 두드리다가, 문득 내 손을 볼 때가 있다. 손의 주인은 손톱 깎을 시간도 없이 살고, 핸드크림은 필요에 의해 손이 너무 버석거릴 때 어쩔 수 없이 바른다. 그런 내 손을, 나보다 더 귀하게 여겨 준 그분, 그분이 이제 없다. 가끔 날이 추울 때 마른 두 손을 비비면서 내 손을 인식한다. 이 글을 쓰면서 내 손을 한 번 만져 본다. 그렇게 내 손을 인식할 때마다, 어머니가 떠오른다.
큰일이다. 어머니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