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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늙을 준비, 이 책으로 해 보면 어떨까

[책이 나왔습니다] 어느 책벌레의 노년 탐구서 <노년을 읽습니다>

by Agnes


오마이뉴스에 아래의 내용으로 기사가 실렸습니다.

제가 쓴 제 책 홍보예요. :)


연재 '책이 나왔습니다'는 저자가 된 시민기자들의 이야기입니다. 저자 혹은 편집자도 시민기자로 가입만 하면 누구나 출간 후기를 쓸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나는 다독가다. 엄청난 속도로 많은 분량의 책을 읽는다. 나는 자칭 다독가이고 타칭 책벌레, 독서광, 활자중독자다. 중학생이 된 아이가 학교에서 이덕무의 간서치(지나치게 책을 읽는 데만 열중하거나 책만 읽어서 세상 물정에 어두운 사람을 뜻하는 말)를 배우던 날, "엄마, 간서치야?"라고 물은 적도 있다. 나는 인생의 모든 일을 책으로 배웠고 책으로 해결해 왔다.


마흔다섯 살 나이 차이가 나는 시어머니를 만나고 나서는, 노년에 대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여든 살 중반을 넘어서면서 속수무책으로 늙기 시작했는데, 나에게는 노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매우 생경했다. 그렇게 나이 든 노인을 가까이서 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 방식대로, 책을 찾았다.

우리는 인생의 고비마다 책을 찾는다. 아기를 잘 돌보기 위해서, 청소년과 잘 지내기 위해서, 지친 청년을 위로하기 위해서. 많은 책이 있고 책을 찾는 이들은 진심으로 절박하다. 그런 마음이라면, 내 부모의 노년을 위해서도 책을 찾을 수 있다. 더군다나 내 부모 다음은 나다.

책을 통해 부모를 깊이 이해하고 잘 관계할 수 있다면, 다가오는 나의 노년도 조금은 수월해지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한 권 두 권 노년에 대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노년을 읽습니다> 서민선, 2025, 헤르츠나인


모든 책에는 노년이 있었다. 소설, 에세이, 그림책, 만화, 인문서, 시, 과학서. 노년은 일상의 곳곳에 있었다. 다만 눈여겨 보지 않아서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다. 왜냐하면 노년을 보는 것은 서글프고 마음이 불편해서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미루고 물러설 수 없었다. 그렇게 읽은 책이 100여 권을 훌쩍 넘는다. 그 기록을 모아 책 <노년을 읽습니다>(2025년 7월 출간)를 펴냈다.

나는 모든 노년을 읽고 모든 노년에 대해 숙고했다. 이영미 작가의 <미리, 슬슬 노후대책>을 읽으며 노년의 자기계발에 대해 생각했고, 다드래기 작가의 <안녕, 커뮤니티>를 읽으며 노년의 공동체에 대해 생각했다. 장기중 박사의 <사라지고 있지만 사랑하고 있습니다>를 읽고 내가 겪은 치매를 떠올렸으며 김형숙 작가의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을 읽으며 연명치료란 무엇인가 공부했다.

치매부터 연명치료까지, 호스피스부터 요양 시설까지. 로맨스부터 고독까지, 일자리부터 종교까지. 책은 다음의 순서로 구성되었다. 1장 건강과 생존, 2장 가족과 네트워크, 3장 돌봄과 죽음, 4장 노년의 삶. 서른여섯 개의 책에 서른여섯 개의 노년이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며, 그리고 글을 쓰며 느낀 것은 이것이다. 노년은 인생의 일부다. 그리고 노년은 생각보다 다채롭다. 잘 늙을 준비, 책으로 해 보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카카오브런치에도 실립니다.

기사 전문 보러가기 https://naver.me/Fm3pg6z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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