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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Apr 21. 2022

언젠가, 돌아가시면 어떡하지

어느 날 문득

2022년, 시어머니께서 90세가 되셨다.

90세가 되시면서 급격히 몸 여기저기가 쇠하고 있으시다는 것이 느껴진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내일 또 달라질 것이다.


요즘 사람이 간다는 것에 대해 계속 생각 중이다.

사람이 온다는 것. 한 생명이 곁으로 오는 찬란함만을 느끼며 상상하며 살았는데

사람이 간다는 것 또한 얼마나 큰 일일까.


두렵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지만
어르신 한 분을 건강하게 지키는 데도 온 마을은 필요하다.
한 사람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라고 할 때 우리 사회는 이야기의 시작에는 관심이 많으나
이야기의 마무리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아이는 시간이 흘러 노년이 된다.
그 이야기는 결국 나의 이야기가 된다.

왕진의사 양창모 에세이,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 13쪽.


매일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현실적인 방법으로 관계한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가족들과 함께 '나중에 어머니 안 계시면', '나중에 어머니 돌아가시면', 이런 이야기를 한 지 꽤 오래됐다. 하지만 그 날짜가 점점 실제적으로 다가오니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진다.


나는 반대로 요즘 이런 이야기를 하고 다닌다. "나는 우리 어머니 10년 봐. 거뜬하실 거 같지 않아? 거뜬하고도 남지." 이런 말들. 근거도 없고, 반론도 없다. 아무도 내 의견에 반론을 제기할 필요를 느끼지 않고, 시비를 가리지 않아도 될 말들. 틀려도 되지만, 염원을 담기에는 누구를 위한 염원인가 망설여지는 말.


아무리 우리 모두 천천히 죽어가는 것이니 너무 억울해할 것 없다고, 그렇게 접근하고 인정하려고 해도, 죽음으로 가는 속도의 차이가 어마어마하기에 우리는 같은 입장이 아니다.


요즘 들어 어머니께서 자꾸 전화를 하신다.


"애미야, 엄마 잘 있으니까 안 와도 돼. 오지 마. 알았지?
우리 애기 잘 놀지?
(어머니께서 말씀하시는 막내 손주, 우리 애기는 무려 중학생이다)
콜레라가(코로나가) 무섭대 드라.
절대 오지 말고 집에서 밥 먹고 놀아.


언젠가 정말, 돌아가시면, 어떡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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