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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Oct 10. 2022

노모를 검색하는 사람들

포털이 있어서 다행이야

브런치에는 통계 기능이 있어서, 독자들이 내 브런치에 들어오는 유입경로유입 키워드를 보여준다. 유입경로는 다음이나 네이버 등의 포털, SNS, 브런치 앱 등으로, 이름을 보면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서 새롭지 않다. 하지만 유입 키워드는 말 그대로 독자가 어떤 키워드로 검색해 최종적으로 내 브런치에 들어오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매우 흥미롭다.


유입 키워드 1위는 단연 '시어머니'다. 나는 '시어머니'와 '한국어 교육' 두 분야에 대해 글을 쓰는데, 모두 정보 전달 차원의 글이 아닌 에세이 분야다. 한국어 교육으로 검색하는 경우는 뭔가 정보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많을 텐데, 이 경우 내 글은 제목만 보고도 본인이 찾던 글이 아님을 알 수 있어 글을 클릭할 단계까지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어머니' 또는 '노모'의 키워드로 글을 검색하는 이들은, 단지 정보 검색을 위한 글을 찾는 건 아닐 것이다. 나도 가끔 시댁에 대한 복잡한 마음이 들 때 종종 포털에 검색해 보곤 했다. '시누이 다섯', '87세 시어머니', '큰 동서' 등이 키워드였던 것 같다. 어떤 정보를 찾아 문제를 해결해 보겠다는 마음은 아니었고 그냥 답답해서 그랬다. 포털은 뭐든지 알려 주니까, 우리는 난관에 봉착했을 때 뭐든지 찾아보니까.


구체적인 단어가 포함되는 경우도 있다. '89세 노모' '90세 노인 인터넷뱅킹' '88세 어깨 수술' 등이다. 얼마 전에는 '물건을 버리지 않는 시어머니'가 유입 키워드였던 적도 있다(실제로 내 글들에 물건을 버릴 때 실랑이하는 나와 어머니의 에피소드가 여러 번 등장했기에, 포털의 검색 기능이 정말 뭐든지 다 찾아내는구나 생각하기도 했다). 실은 나도 얼마 전 문단속을 너무 심하게 하시는 어머니가 걱정스러워, 혹시 이것이 치매 전조 증상이라거나 모든 노인에게서 보이는 현상이 아닐까 뭐라도 말을 좀 듣고 싶어서 검색해 본 적이 있다. '노인 나이 들면 문단속' 뭐 이런 식으로 여러 단어를 조합해 찾아봤다. 그리고 이웃 브런치 작가님 글에서, 드디어 다소간 위로를 받았다.


며칠 전 식탁에서 이에 대해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브런치 유입 키워드가 이렇다고. 의견을 물은 건 아니고 그냥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던 중에 이 이야기 또한 포함된 거였다. 남편은 "그래? 신기하다"라고만 답했는데, 중학생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아, 그래. 이건 그냥 사람 사는 일이구나. 아이는 그냥 어떤 통찰의 말은 아니었고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라는 말을 다들 많이 하니까, 큰 의미 없이 같다붙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하하하 웃으면서 생각했다. 하하하 그래, 그냥 이건 사람 사는 일이구나. 깊이 생각할 일이 아니구나, 오늘도 중학생 아이 덕에 무거운 마음을 좀 내려놓고 가볍게, 가벼운 마음으로 잘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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