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작은 별이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
2019. 8. 26.
상처를 별로 만들어라.
상처의 ‘scar’, 별의 ‘star’. 철자 한자의 차이지만 뜻은 극명하게 차이 난다. 바로 여러 상처로 좌절하는 독수리들의 이야기를 내용으로 하는 서양의 속담이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이 세상을 사는데 어떻게 단 한 번도 상처를 받지 않고서 살아갈 수 있단 말인가. 언젠가 책을 읽고 있는 내게 누군가 이런 말을 해 준 적이 있는데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세 가지 방법에 대한 누구나 솔깃할 만한 이야기였다. 물론 인생의 지혜를 담고 있는 교훈적인 이야기로 누구라도 한 번쯤 들어보았을 만한 이야기였지만, 솔직히 내게는 조금의 반감만이 생길 뿐이었다.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세 가지 방법, 첫 번째, 많이 오래 자주 걸어라. 사람이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을 하게 되고 그 생각으로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점검하고 다시 설계할 기회가 되리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 적선을 많이 하고 살라는 거다. 남에게 크게 베풀면 그 복이 다시 자신한테로 되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마지막 세 번째로는 책을 많이 읽으라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 내 생활을 알고 있던 그분, 그리고 내가 평소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분은 충분히 나를 생각하는 마음에 그런 교훈적인 이야기로 충고와도 같은 덕담을 해 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수긍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어떤 결심이나 의지를 확고히 하는 데는 그다지 자극적인 이야기는 되지 못했다. 왜냐하면, 나는 현재 내 처지와 상황을 어떻게든 뒤바꿔서 내 인생 자체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한편으로는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사람이라 대단한 의지로 인생 자체를 바꾸려는 그럴만한 용기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무엇보다 현재의 내 아이들과 내 일과 그리고 나의 생활 습관들을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조금도 특별할 것이 없는 삶이지만 오히려 이런 듯 동정까지 받는 처지에 놓여있다고 해도 나 스스로는 내 삶이 지극히 불행해서 어떻게 해서라도 인생을 바꿀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일상생활을 가능한 정도보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면서 산다면 조금씩 좋은 쪽으로 변화는 일어날 것이라 기대는 한다. 하지만 이마저도 나 자신을 기대하기보다는 내 주변의 환경과 아이들의 생활이 조금씩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할 뿐이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은 사람, 비관적인 사람이라고 좋지 않게 여길지라도 적어도 나는 삶을 개선하거나 바꿀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이라는 자체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것이 내게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인생이란 남들의 기대와 의지에 맞춰나가기 위함보다는 나 자신을 위한 바로 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의 일상이 얼마나 삶에 있어서 중요한 순간들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비록 그 사실을 스스로는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얼마나 가능성이 풍부한 사람인가를 안다. 언제나 새것과 새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은 낯익은 존재들의 매력을 잊고 사는 사람이다. 매일 보는 사람, 매일 쓰는 낡은 물건들, 제 각자 그만의 고유한 멋이 있다. 이미 그들과 많은 것들을 경험했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마음의 눈으로 볼 줄 안다면 인생을 바꿔야겠다는 그 자체를 목적을 두고 어떤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다.
상처를 안고 있더라도 제자리를 지키면서 삶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것, 그것은 자신을 밤하늘의 작은 별과 같은 존재로 만들어 주는 기본이 된다.
밤하늘에 빛나는 무수히 많은 별을 봐라. 진정 크고 밝게 빛나며 낯익은 별자리만이 아름답게 보이는가. 오히려 꺼져가는 가스등처럼 희미하고 느리게 반짝이는 별빛에 더 마음이 움직이고 아름답다고 느끼지 않았던가.
책을 두고 인간이 발명한 것 중에 가장 위대한 것이라 했던가. 그렇지 않다면 왜, 많은 곳에서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가르치는가. 책은 수많은 지식을 담고 있고 지혜를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지혜는 책을 덮는 순간, 책의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와 함께 끝나게 되고 그다음 순간부터 비로소 자신의 지혜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수동적으로 바라보기만 했다면 읽는 동안 커진 힘, 즉, 마음으로 볼 줄 아는 눈으로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혜로 발견되고 발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