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삶이 힘들다고 느껴지는 이유
2019. 09, 02.
기쁨이란 ‘마음속에서 빛나는 태양’이라고 진지냐 할머니는 말한다.
제제는 가죽 허리끈으로 기절할 때까지 얻어맞고 난 뒤 자신을 그렇게 때린 아빠를 죽이겠다고 결심한다. 처음엔 얻어맞다가 죽게 되면 그 복수는 감옥 안에서 받게 되리라 생각하지만, 그 마음은 곧 소극적으로, 그렇지만 조금은 더 분명하고 현실적으로 더는 아빠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게 되면서 마음속에서 영영 아빠를 죽이겠다고 생각한다. 매를 맞고 크게 앓아누운 제제는 병간호 대신 어쩔 수 없이 방직공장에 나가야 하는 엄마의 외출 직전 그 몇 분 앞에서 ‘차라리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악마’라고 까지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렇게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를 가족 중 누구도 깊이 이해해 주지 않는다. 이해할 여유가 없어진 것이다. 무서운 가난은 가족을 그렇게 냉정하고 잔인한 사람들로 바꿔버렸다. 하지만 너무나 가난해서 먹고 살기에도 힘이 들기 때문이란 걸 제제도 안다. 그런 제제를 보듬어주는 건, 유일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실한 친구 포르뚜가, 오직 발라다이스 뿐이다.
태양이란 마음을 기쁨으로 비추는 빛이라고 하자, 큰아이는 이따금 무겁고 엄청나게 큰 태양이 떠올라서 너무나 빨리 땅속으로 꺼진다고 말했다. 그 말로 조금씩 마음이 아파지기 시작했다면 작은아이가 자기 마음에는 해 뜬 날보다 비 오는 날이 많다고 했을 때 더 이상은, 낭독을 이어나갈 수조차 없을 지경이 되고 말았다. 언제나 차분히 생각할 줄 알고 있던 막내는 그러면 달은 슬픔이 되는 거냐고 물었는데, 달은 우리에게 기쁨도 슬픔도 아니라고 대답해 주었다. 단지, 마음속에 기쁨보다 슬픔이 커져서 기도해야 할 때,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을 때 조용히 말할 수 있는 친구와 같은 존재라고 해 주었다. 그러자 큰아이는 외할머니는 달이 크게 뜬 날 달빛 아래서 그렇게 오래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시는가보다고 말했다.
슬픔이 짙었어도 어김없이 가을 석양은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 언저리를 온통 핏빛으로 물들여 놓았지만, 아이들도, 그 뒤에 서서 함께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도 그렇게 대단히 잔인하고 슬프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오로지 곧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작이 찾아오게 된다는 사실이 조금은 아쉬울 뿐이었다.
누구나 슬픔을 느끼며 그것이 어떤 기분인지 안다. 그러나 그 슬픈 감정을 건강하게 이기는 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슬픔의 감정이 생각의 형태로 바뀔 때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슬픔의 힘은 그 힘을 잃게 된다. 비록 기쁨이 몸에는 좋을 수 있겠지만 정신을 단련해 주지는 못한다. 물론 슬픔이 생각으로 바뀌지 못한다면 인생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커다란 고통으로 떨어져 버리고 말지만, 고통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측면이란 바로 그 사람을 더욱더 능동적이고 독창적인 인간으로서의 가능성의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삶이란 엄청난 기쁨이나 대단한 슬픔으로 이어져 있지 않다. 그 하나하나의 요소들이 주는 의미를 인정하고 인지하여 지혜로운 삶으로 이끌어 나갈 기회로 인식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비록 어느 순간에는 매우 아름다운 것 같더라도 삶이 그토록 힘들게 여겨지는 이유는 삶 자체가 행복의 증거이기 때문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을 유지하는데 제공되는 여러 난관 자체를 하찮게 무시하거나 쉽게 굴복당해 버리기 때문에 삶이란 힘들고 어려운 것, 고통의 연속이라고 여기는지도 모른다. 바로 그 중요한 원인은 회고하지 않는 삶 자체가 반복성을 띠는 생활 자체를 안일하게 여기는 데서 오는 경솔함 때문이며 그래서 삶이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삶을 이야기할 때, 기쁨과 고통을 두고 말하기보다는 오히려 아름다움에 견주는 것에 더 가까운 대답이 될 것이다.
글로리아 누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꽃이라고 했다. 제제는 강가에 떠내려가는 나뭇잎들을 보면서 삶은 꽃보다 나뭇잎에 더 가깝다고 느낀다. 겨우 다섯 살 나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