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입문기
러닝 크루 정기모임 당일이 되었다. 내가 가입한 크루는 5km를 같이 뛴다고 했다. 평소 거리 개념이 떨어지는 나는 사실 5km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이전에 러닝 경험은 전무하고 최근 들어서야 아파트 헬스장 러닝머신에서 인터벌로 30분 정도만 뛰어보았던 나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중간에 못 따라가겠으면 어쩌지?'
출발하기 직전까지 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저녁에 모임 장소로 향했다. 크루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함께 스트레칭을 한 뒤 달리기 시작했다. 출발하면서 다들 달리기 어플을 켰는데 나는 따로 없어서 그냥 냅다 뛰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다른 크루원의 휴대폰에서 '1km입니다. 평균 페이스 7분 15초'라는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와, 이제 1km 왔구나. 망했다!' 이미 나의 오른쪽 고관절이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나에게 '갑자기 왜 이러는 거냐'며 항의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뛰다 보니 의문이 들었다. 분명히 크루 이름에 '슬로우러닝'이 들어있는데 내가 달리는 속도는 전혀 느리지 않았다. 내가 유튜브에서 봤던 슬로우러닝은 걷는 속도로 뛰는 거던데? 뭐지? 차오르는 숨을 내뱉으며 모임장님께 질문을 했다. "이게 슬로우러닝 맞나요?" 모임장님은 웃기만 하실 뿐 대답하지 않았다. 하.. 속았다. 분명 러닝을 하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느린 속도일 수도 있지만 내가 생각한 '슬로우'와 그들의 '슬로우'는 많이 다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나는 달리기 시작했고 멈출 수 없었다.
어찌저찌 5km를 완주했다. 첫 러닝부터 완주라니 뿌듯했다. 종료 지점에 들어갔을 때 크루원들과 친 하이파이브 그리고 다 같이 몰아내쉬는 거친 숨이 상쾌했다. 하지만 나는 예감했다. '나는 내일 못 걷겠구나' 그래서 집에 가서 정성을 다해 스트레칭을 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출근을 했고, 러닝이 나에게서 점심시간 산책의 즐거움을 빼앗아갔다. 대신 공원에 앉아 책을 읽었고 그 또한 좋았다. 하지만 의자에서 일어날 땐 '윽'하는 소리가 절로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