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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빈 시간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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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Ah Jul 28. 2021

현대식 '초가'에서 즐기는 피서..


여름에 주택가에서 일광욕을 즐기기는 쉽지 않다. 유럽처럼  햇빛나면 여자들도 꺼리낌없이 웃통까는 문화도 아니고 멀리서라도 벗고 있는것이 보이면 참 민망하다.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여름 일광욕을 즐기기 위한 야외 가림막을 만드는 방법, 바로 이동식 행거와 갈대발을 이용하는 것이다. 발가벗고 햇볕을 쬘수있게 해준다. 요즘 날씨는 폭염 수준인지라 일광욕도 아침 시간에 잠깐만 가능하다.


이동식 옷걸이 행거를 사서 갈대발을 걸치면 야외 파티션이 된다.


갈대발은 인터넷에서 싸게 구입할수 있고 다이소 에서도 5천원에 판다. 품질은 인터넷이 훨씬 낫다. (다이소 가면 5천원 넘어가는 물건이 없어 돈을 물쓰듯해도 된다.)


야외에서 가림막으로 파티션 필요하신 분들은 이동식 옷걸이 행거에 갈대발을 걸쳐 DIY 하는것이 가장 저렴한 방법이다. (행거 9.900 + 갈대발 대형 6.900) 한겹은 좀 비치고 두겹으로 하면 거의 안 보인다. 시골 낭만의 장점인지 빈곤티의 단점인지 보기 나름인데 현대식 저렴한 초가삼간 (草家三間)의 향취를 즐길수 있다. 삼간은 세칸을 말하는 것인데 혼자 살기 적당한 작은집 (현대식으로 말하면 원룸)을 말한다.



아파트 현관문이 망가졌다는 말에 며칠만에 집에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거실에 있던 쇼파를 사람불러 치우는 와중에 부딫쳐 떨어져 나갔다. 어른키만한 무거운 대형 액자들도 떨어질까 볼때마다 불안감을 느낀다고 해서 전부 떼버리고 결국, 예전에 서울에서 그럭저럭 살때 있던 고가의 큰 가구들은 수족관 포함, 전부 어머니가 맘에 안든다고 없앤셈인데 시골 아파트 거실에 액자들 떼고 테이블 쇼파대신 스폰지 매트릭스를 깔아놓으니 거실 분위기가 매우매우 가난해 보인다.


기존 가구들은 낡고 무겁다고 없애고 새로 기존 등급을 대체할 돈은 없고 하니 하나둘 살림살이가 자잘한 싸구려 다이소로 교체 되고 있는중이다. 무거운 식기들 싫다고 좋은 도자기 그릇은 버리고 일회용 햇반 그릇들 같은것은 안 버리고 쓰시는데 눈이 불편 하신지라 모든 가구나 물품들의 선호도는 무게순이다. 어머니 뜻에따라 집 모양새와 살림살이 점점 가난해져 간다. (식가위도 쉐프용 까사니 사놨는데 무겁다고 아줌마도 안쓰고 다이소 3천원 짜리 따로사서 쓰신다.) 눈이 불편한 분이 그것이 편하시다고 하니..  편하실대로 하시도록 내버려 둔다. 4년째 매일 들여다보고 돌봐 주시는 고마운 아주머니가 계셔서 그나마 나와 있어도 안심이 된다.


이동식 행거와 갈대발로 만든 초가 야외 파티션


인간이 병들고 늙어가는것을 보고 경험하다 보면 에고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점점 실감하게 된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가 노년이 되면 사고의 지성과 이성이 마비되기 시작하고 에고의 고집과 본질만 남게된다. 마음은 나약해지고 생각은 애들 같아진다는 말이 사실이다. 전국 노래자랑 '송해' 아저씨 같은 경우는 그야말로 복중에 복이다.


갓난 아이 키우는것보다 거동 불편한 노인들 돌보는것이 더 힘든 이유는 욕망의 가짓수가 아기들 보다 성인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요양원 가신 아버지도 요양원 식사에 만족을 못하시고 이것저것 먹을것 사오라고 요구 하셔서 식비가 이중으로 부과 되는데 먹고 싶은것이 생기고 생활 하다보면 이것저것 망가져 수리하고 하는것은 당연하지만 노인들 문제는 아기들처럼 사소한 일도 꼭 누군가 다른 사람 손을 빌려야 한다는 점이다.


공과금 등도 현대인들은 스마트폰 계좌이체나 신경 안쓰게 자동납부를 하지만 요양원 가셨어도 아날로그 방식으로 공과금 납부등에 목매다는 아버지의 독촉에 아무리 자식이라 해도 장단 맞추기가 쉽지않다. 하루라도 날짜를 어기면 지구가 망할것처럼 걱정을 하신다. 그동안 혼자 어떻게 생활 하셨는지 안봐도 알수있다. 이전까진 매달 주변 부축과 호위(?)를 받아가며 공과금 내러 은행 가는것이 큰 월레 행사였던 것이다. 어머니도 눈 정기검사 받으러 병원한번 가려고 외출할때면 돌보는 아주머니가 부축하고 나는 운전하고 큰 행사처럼 며칠전부터 서로간 미리 스케줄을 맞추어야 가능하다. 


혼자 거동이 가능해도 노인들 대부분은 달라진 디지털 문화에 적응못해 핸드폰 볼륨 만지는것까지 대신 해드려야 한다. '뭐가 안돼 나는 안돼' TV 리모콘도 뜻대로 조정이 안된다. 햄버거 치킨집 키오스크 무인 주문 시스템은 노인들에겐 아예 딴나라 문화다. 어머니도 미국가 있는 동생이랑 카톡 하시라고 스마트폰 사드려도 다룰줄 모른다고 항상 꺼진 상태고 동생 보고싶을땐 꼭 나를 찾는다. 그나마 TV는 말로 명령해서 켜고 끄는것 정도는 하신다.  "지니야 테레비 켜줘""지니야 테레비 꺼줘" 딱 두마디만 쓰신다.


노쇠하고 이혼하신 부모님 두분을 따로 돌보려면 나라도 건강해야지 나까지 쓰러지면 몇년전 경험했듯 두분다 답이 없어서 내가 안 아플수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내가 쓰러지니 순식간에 두분다 줄초상 날뻔하고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것을 수술하고 나홀로 투병 하면서 겨우 간신히 수습했다. 당장 부모님들이 죽는다고 돌봐달라 하시니 정작 나는 아파도 죽을틈이 없었다.


노인 아니더라도 혼자 전구 못 갈아 끼는 (여자)분도 많다. 자식이 외면하면 사소한 문제들도 사람들 써서 해결해야 하는데 노인 혼자살면 주위엔 온통 바가지 씌우는 사람들 밖에 없다. 그래서 혼자 한다고 수리하고 만지면 거의 어김없이 사고(?)를 친다.  뒷수습은 언제나 자식들 몫이다. 도와주거나 일일히 사람 살 돈이 없으면 노인들은 혼자 생활이 안 된다고 보면 된다. 어린 자식을 부모가 뒤치닥거리 하듯 나이가 들수록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노화' 란것 참으로 가련한 현상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디지털 문화보다 사람끼리 모든일을 부딫쳐 처리하는 옛날 아날로그 방식이 더 편하다. 최신 기술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것도 아니고 돈이 만족을 주는것도 아니란 것을 몸이 아프거나 노인들이 되어보면 안다. 몸이 불편하면 슈퍼카도 필요없고 좋은 집도 필요없다. 금전개념 없이 옛날에 쓰던 고가의 가구들을 전부 내다 버리고 가벼운 다이소 물건들로 더 만족하는 어머니 심정이 이해가 간다.


외식 안하고 술을 안 먹으니 시골에선 돈이 없어도 모든 낭만들이 가능해진다. 시골 생활이 그리워도 어머니 혼자 놔두기가 마음쓰여 못했는데 아버지가 요양원 가시는 바람에 뒤처리 하느라 집에서 가까운 곳에 시골 휴양지가 갑자기 생긴 셈이다. 거리가 가까워 부담없이 집이랑 왔다갔다 할수있다. 어머니와 살던 아파트 집에  두개를 쓰래기장을 만들어 놓고 아버지 살던 시골집에서 집안일 뒷수습을 하며 이번 여름을 맞는다.


몇년전 한옥마을에서 요양할땐 몸에 좋은 유기농 먹는다고 온갖 보조제 약값과 식비로만 한달 백만원 가량 썼는데 지금은 장이 없으니 거의 안 먹어서 식비 지출도 거의 없다. 시골에 살다보면 불필요한 최신 명품 가방은 쓰래기 짐이고 3천원짜리 밀짚모자가 더 실용적이고 좋다. 입을일 없는 고가 명품옷보다 5천원짜리 냉장고 바지가 더 편하다.


나의 경우는 잠에서 막 깨어 비몽사몽 일때 커피한잔 그리고 따스한 햇빛 나근하니 즐길수 있으면 최고의 행복감을 느낀다. 밤엔 와인 한잔  감자칩과 치즈한조각 곁들이고 커피와 담배만 있으면 별다른것이 필요치 않다. 맑은 공기가 있고 시원한 바람이 있고 가난하게 초가삼간에 살아도 마음만은 천국이 이런것? 도심 아파트 생활에선 꿈도 못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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