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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이 바뀌어 생선을 먹다.

생선을 먹으라! 몸이 명령을 내리다.

by MooAh Mar 1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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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중반을 넘어서기 까지 생선은 간단한 회 아니면 메인요리인 탕 조림 종류는 거의 먹지 않았다. 탕 종류는 오로지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정기 외식으로만 조금씩 (남 먹을때 따라서) 곁다리로 먹던 메뉴다.  (어머니가 생선 손질을 싫어하셔서 어릴적부터 안해준탓도 있다.) 식탁위에 수북히 남는 찌꺼기의 번거로움이 싫고 비린내가 싫어서라고 하시는데 나 역시 동의다. (어머니도 외식과 남이 해주는 생선음식은 엄청 좋아하고 잘 드신다. 한마디로 해산물 음식은 전문 요리사 분야로 치부 외식 메뉴였고 워낙 두분 다 외식 나들이를 좋아 하셨다.)


해산물은 회 아니면 오징어 해삼 조개류나 메로 구이같은 부산물 없는 깔끔한 생선 요리를 선호한다. 회초밥과 갑각류를 좋아하긴 하는데 게는 먹는것도 전문 자격증이 필요하다는것을 매번 느끼는지라 아직도 게장은 양념만 먹게되고 대부분을 씹다 버리게 된다. 홍어나 탕, 양념 진한 생선요리는 육류 내장요리 들과 함께 기피하는 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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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선 생선 요리를 못하고 아버지 혼자 비린 음식을 좋아하셔서 해물탕 털레기 생대구탕 집을 모시고 가끔 외식 나들이를 다니곤 했는데 요양원 입소하신 뒤로는 단체로 먹는 생선요리집은 갈일이 없어졌다. 술도 안 먹고 같이 먹을 사람 없고..


몸이 단백질 부족을 알아채다.


수십년간 술안주로 해산물 보단 육식쪽을 선택하는 편이었다. 술을 안먹은지 십년차가 되면서 안주로 고기먹을 일이 거의 없다보니 몸에서 단백질이 빠져 나가기 시작 체형이 174-45kg 언저리로 고정이다.


어느날 갑자기 정말 갑자기 입맛이 엉망이 되면서 기존에 느꼈던 맛들이 전부 이상하게 느껴진다. 특히나 인공 조미료들이 역겨워 먹을수가 없는데다 매운맛을 못먹는 증상이 왔다. 일년 가까이 입맞에 맞는 음식이 없어 고생하던중 환자용 식욕촉진제를 처방받고 복용하니 갑자기 생선이 땡기기 시작한다. 그것도 비려서 50 넘어까지 냄새조차 맡기 싫어했던 꽁치 갈치 이런것들… 꺼리낌없이 마구 먹어도 전혀 비리지가 않다. 갑자기 고양이 입맛이 어찌된일? 비린요리 좋아하는 사람들 입맛을 비로서 알게된다.


육류가 소화가 안된다는것을 알고 대신 ‘생선살을 먹어! ‘ 본능이 식욕으로 명령을 하는것이다. 단백질을 보충하라는 몸의 주문이다.


온몸이 알로만 채워진 생선 열빙어다.온몸이 알로만 채워진 생선 열빙어다.


온몸이 알로만 꽉찬 신기한 생선을 통째로 구워먹다 보니 양념도 필요가 없다. 소금 간장이면 족하다.(열빙어 라는 생선이다.) 찌꺼기도 머리외엔 남지 않는다.


통조림도 그렇지만 요즘은 손질이 다 된 생선들을 어디서나 살수있다. 예전 술먹을때 상대방에게 맞춘 안주로 아구찜이나 복어탕등을 맛있게 먹곤 했는데 예전엔 귀한 생선이어서 그랬는지 2-30년전 당시에도 3-5만원 가량 했음에도 형체도 불분명한데 콩나물만 잔뜩 있던지 국물만 있던지 고기 형태들 기억이 불분명하다. (바닷가재는 20년전보다 반반가격도 안되게 싸졌다.) 손질된 아귀밀키트 를 시켜서 형태를 비로서 확인해보고 집에서 대충 야채 첨가해 먹어보니 신세계가 열리는거 같다. 노골적으로 비린것 싫다는 표현을 평생 해왔던지라 아마 나를 오래알던 사람들은 내가 꽁치 통조림 같은 (과거 내 기준에선 냄새와 보기만으로도 혐오 스러운) 생선을 먹는다고 하면 아마 거짓말이라 여길것이다.


외식에서 대구탕 종류나 찜등은 단체로 가야만 먹을수 있는 메뉴들이다. 술을 안 먹고 소식을 하는 나에겐 해당사항 없는지라 생각도 안했는데 쿠팡 로켓프레쉬 곰곰보면 없는거 빼고 다 있다. 주문하면 콩나물 하나까지 다 따로담아서 그날로 바로 온다. 1인분 밀키트도 잘만 고르면 먹을만한것을 발견할수도 있으리란 기대감에 맑은 지리탕 등을 하나씩 시도해 보려는 중이다. 당분간 생선살을 통한 단백질 보충에 전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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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사람들 입맞에 맞춘 매운맛이 거의 미친수준이라 내가 먹을수 있는 음식들에 제한은 있지만 못 먹겠다 싶음 아낌없이 버리는것이 살길이다. 영화 드라마 보면 복숭아나 견과류 알러지도 있던데 나의 경우는 인공 조미료류가 그렇다. 다량의 캡사이신은 거의 독극물 수준이다.


십년전 처음 출시될때보다 불닭 볶음면 매운맛 지수가 낮아졌다는 풍문이 떠돌았는데 전혀 아니라고 한다. 삼양말로는 출시이후 단 한차례도 레시피가 변한게 없다고 한다. (점점 더 강한맛을 원하는 사람들로 인해 핵불닭등 더 매운 신제품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는중이다.) 이젠 그 정도론 그다지 매운맛을 못 느낄만큼 사람들이 그 수준의 매운맛에 적응했단 얘기다. 처음 출시될때 사나이를 울린다는 신라면도 매년 스코빌 기본 지수를 높인다고 한다. 그 당시 기준에선 지금 신라면은 먹으면 죽을만큼 매운맛 이란거다. 대세가 그렇다보니 도리어 나같은 옛날 (정상적인)입맛을 가진 사람들을 맵찔이 라고 조롱하듯 부르는것도 알게 됐다. 나 역시 얼마전까진 매운맛 누구보다 좋아했던 사람이다.


입맛은 각자의 체질에 따라 달라진다. 주기적으로 바뀌는 입맛이 또 어떻게 변할지 장담은 못하나 위장과 소화기관이 없는 나에겐 선택권이 없다. 몸이 원하는걸 먹어야 하고 독극물이라 거부하는건 아무리 남들이 맛있다 해도 못먹는거다. 산다는게 그렇다.


* 입맛이 중년지나 갑자기 180도 극적으로 바뀐 시점이라 기록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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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결과 비타민 B12 부족에 따른 거대적아구성 빈혈이다. 빈혈수치가 6점대로 급사 가능한 수준이다. 선지 고등어 꽁치 회등 해산물들이 갑자기 땡기는것이 몸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정확하게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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