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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보통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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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 Aug 24. 2022

쉬는 날 잘 보내기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휴가를 쓴 날에 딱히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종일 집에 있었다. 할 것이 없어도 어떻게든 꺼리를 만들어 집 밖으로 나서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는 현관 밖에 나서면 에너지를 얻는다고 느꼈다. 출근 길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만 해도, 어찌나 가볍고 즐거운지.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지 않았지. 무턱대고 걸어도 즐겁고, 전철을 오랫동안 타도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그래서였는지, 멀리 사는 지인과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하고, 매주 영화를 꼬박 챙겨보고 무려 사람구경을 하러 큰 까페에 가서 앉아있는 것을 좋아했다. 이렇게 보니, 지금이랑은 사뭇 반대인 것도 같다.


내가 한참 외향적일 때는 삶의 태도가 약간 에너제틱했고 모든 면에서 유연하고 다이내믹한 일상을 쉽게 받아들였다. 돌아가는 길, 갑자기 생긴 일, 당황스러운 경우, 누군가에게 화가 나는 상황 같은 것도 금새 그날 저녁이면 털어버렸다. 아주 몇년을 곱씹어도 끝나지 않는 못된 집주인 같은 케이스 빼놓고는.


지금은 그에 비해서는 좀 많이 내향적으로 바뀐 것 같기도 하다. 잘 모르겠지만 반반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밖에서 에너지를 얻기도 하지만 계절이나 날씨의 영향을 심하게 받는다. 밝고 생동감있는 봄이 되어야 그나마 활기가 있고, 뭔가 새로운 생각, 활동이 늘어난다.


다만 전에도 스트레스가 너무 많으면 집에서 꼼짝않고 밥도 겨우 먹고 누워서 보내는 시간이 있었다. 암막 커튼에 뚫린 별구멍이 아니었으면 빛도 못 봤을 지경으로 잠을 허리가 부러져라 잤다. 그렇게 누워있다가 일어나 나서야 그나마 회사도 가고 바깥도 나갈 정신으로 돌아왔달까.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지만 무기력한 모드로 전환되는 것은, 여전히 내 몸 속 어딘가 각인이 되어 남아있나보다. 계획없이 쉬는 날에 축 늘어져 유투브 알고리즘 지도를 따라 눈만 돌아다닌다. 그러다 잠이 오면 그런 채로 이상한 자세로 까무룩 졸아버리고. 목이나 어깨, 허리 어딘가 불편한 채로 깨어나서 끼익꺼리는 몸을 움직이며, 생각을 하지 않는 멍한 시간을 보낸다. 얼마나 시간을 보내도 마찬가지다. 시간을 좀 알차게 보내고 싶은데, 요즘에는 무턱대고 되는대로 시작하는 일정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약속을 만들지 않는 휴일 계획을 세워야 할까. 하고싶은 일, 가고싶은 곳 순서를 매겨 목록으로 만들어야 하려나. 하고싶은 일 없으면 드라이브라도 다녀야 할 것 같고. 뭘 그렇게 하려고 그러나 싶으면서도 그게 그렇다. 점점 시간이 아깝다.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쉬는 날 잘 보내기. 나만의 쉬는 시간 소진 방법이 필요해! 일상을 잘 살아나가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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