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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Mar 23. 2021

멸치와 눈을 마주쳐 본 적 있나요.

 오랫동안 멸치를 먹지 못하게 된 날을 기억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빠에게 맞았다. 그래도 나는 밥상에 달라붙어 밥을 먹었다. 폭력의 강도는 불규칙적이었다. 견딜 만하다 싶을 때는 어떻게든 달라붙어 먹어야 했다. 도망가야 할 정도로 맞을 때에는 밖에서 굶은 채 종일 돌아다녀야 했다. 고개를 숙인 채 맞은편에 아빠 숟가락 눈치를 봤다. 울음과 밥이 뒤엉켜 목이 메었지만 꾸역꾸역 숟가락질을 했다. 그러다 멸치 볶음 속 멸치와 눈을 마주친 것이다.      


 동그랗게 뜬 눈에 비명이 보였다. 입이 벌어져 있었지만 모든 비명은 눈에 몰려 있었다. 나는 저 비명을 알 것만 같았다. 비명을 지르면 더 맞아서 비명을 지를 수 없던 것과는 달랐다. 비명을 지를 힘도 의지도 없어 몸 안에 비명이 돌고 돌다 눈에 맺힌 것이었다.

 멸치도 나도 이 세계에서 도망갈 곳이 마땅치 않았다.     


 참았던 눈물이 한 방울, 밥 위로 떨어졌다.

 혹시나 아빠가 보고 밥상을 엎을까

 밥과 눈물을 함께 퍼 먹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멸치를 오랫동안 먹지 못했다. 멸치를 먹을 때마다 비명 떼가 내가 삼킨 울음을 역류해 나올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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