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산책로는 울타리가 되었네
치료가 끝나고 복학하기까지 일 년을 쉬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멍하니 누워 보냈다.
가끔 산책도 했지만 이내 그만뒀다.
산책을 하다 몇 번의 부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걷는 걸 좋아했었다.
부고 전화를 받고 더욱 멍해진 채 걷다 보면
풍경이 아니라 풍경 너머가 보였다.
그곳은 천국도 지옥도 아니었다.
내가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자꾸만 타인의 죽음에서 내 죽음이 암시되는 것이
죄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부고를 들은 길을 피해 먼 길을 돌아 산책을 해봤지만
산책을 지속할 수가 없었다. 산책로가 남아나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