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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Nov 11. 2020

혼자 산책

잃어버린 산책로는 울타리가 되었네

 치료가 끝나고 복학하기까지 일 년을 쉬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멍하니 누워 보냈다. 


 가끔 산책도 했지만 이내 그만뒀다. 


 산책을 하다 몇 번의 부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걷는 걸 좋아했었다. 


 부고 전화를 받고 더욱 멍해진 채 걷다 보면 


 풍경이 아니라 풍경 너머가 보였다. 


 그곳은 천국도 지옥도 아니었다. 


 내가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자꾸만 타인의 죽음에서 내 죽음이 암시되는 것이 


 죄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부고를 들은 길을 피해 먼 길을 돌아 산책을 해봤지만 


 산책을 지속할 수가 없었다. 산책로가 남아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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