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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Apr 17. 2024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열이 잡히지 않는다. 기운이 없으니 입이 자꾸만 벌어진다. 거즈를 문 채 반쯤 뜬 눈으로 바라보는 풍경 울고 있거나 울 준비가 된 사람들뿐. 커튼도 울음을 참느라 불규칙하게 주름 져 있다.


 엄마가 들고 있는 휴지통을 향해 고개를 돌려 거즈를 뱉고 다시 고개를 바로 한다. 거즈가 없으니 다시 입이 벌어진다. 아무리 힘을 줘도 소용이 없다. 나는 내 벌어진 입이 싫다. 엄마는 벌어진 입에서 비명을 봤다.


 눈꺼풀 올릴 힘이 반 밖에 없더라도 눈 뜬 시간은 소중했다. 눈을 감을 때마다 벌어진 입으로 들어가는 꿈을 꿨다. 위에 도착하면 보이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매번 출렁이는 위액만 있었다. 위액 속에 잠긴다. 이렇게 사느 죽는 게 좋지 않을까 중얼거리는 내가, 뼈까지 녹아 없어지는 것까지 확인하고 나서야 눈이 떠졌다. 부쩍 죽고 싶은 마음 태어나는 간격이 짧아졌다. 눈 뜰 새가 없었다.


 잠을 자야 오늘치의 고통이 끝난다. 내일의 고통은 내일 생각하자. 오늘을 잊기 위해 불을 끄는 시간. 갑자기 엄마는 차라리 바닥에 이부자리를 깔고 자고 싶다고 했다. 낮은 높이의 보호자 침대에 누워 있으면 관에 누워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못 하는 소리가 없다고 타박했지만 나도 관 속에 누워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아프지 않다고. 괜찮다고. 보호자의 얼굴을 흉내 내도 전혀 건강해 보이지 않았다. 보호자들이 자꾸만 우리들을 닮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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