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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매영 Jan 18. 2021

식구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

 한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 중이다. 아버지는 젓가락질에도 위엄이 느껴진다. 신중한 젓가락질에 자녀들이 아버지의 눈치를 두어 번 본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옆구리를 두 어번 찌른다. 아버지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위엄에 따스함을 덮는다. 굳은 분위기를 풀어보겠다는 듯이 약간 높은 톤으로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오늘의 안부를  묻는다. 자녀들은 버벅거리지 않는다. 능숙하게 오늘 있었던 일들을 풀어낸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흉내내기도 하고 가벼운 손동작으로 과장을 하기도 한다. 어머니는 그런 행동 하나하나에 재밌다는 반응을 잊지 않는다. 아버지의 젓가락질이 더욱 늦어진다. 집중해 듣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가 끝에는 하루에 대한 반성이 있다. 자녀들이 아버지를 바라본다. 아버지는 자신의 시간이 온 것 안다. 수저를 놓고 가벼운 조언을 해준다. 모든 눈빛이 사랑으로 가득…… 암전.

 텔레비전이 꺼진다.





 늦은 시간, 김치를 얻으러 본가에 다. 아빠를 뺀 우리 가족은 밥상에 둘러앉았다. 아빠는 자신의 방에 유배되었다. 이제 누군가를 유배시킬 힘도 없는 사람이었다. 오랜만에 왔지만 잠만 자고 있었다. 모두 밥을 먹었다고 했다. 배가 별로 고프지 않았다. 엄마가 밥을 차려주겠다 했다. 마땅히 거절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텔레비전을 보며 밥을 먹었다. 옆에서 동생들도 텔레비전을 봤다. 집에서, 밥상에서, 같은 자리에서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게 낯설었다.  텔레비전을 보다 말고 막내가 말했다.


 아빠가 텔레비전 전선은 기가 막히게 잘 이어 붙였어.


 아빠는 밥 먹는 중에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텔레비전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도대체 텔레비전을 켜놓고 못 보게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곁눈질이라도 할라치면 밥을 먹다 말고 텔레비전 코드를 끊었다. 그러면 우리는 고개를 숙인 채 밥에만 더욱 집중했다. 빨리 먹는다면 빨리 먹는다고 욕을 먹었다. 밥이 줄어드는 것이 행복이 될 때까지 천천히 먹었다. 밥을 다 먹어야 자리를 피할 수 있었다. 위엄은 없없지만 위압이 있었다.


 우리는 동 떨어진 섬. 우리는 서로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몰랐다. 어떤 식물이 자라고 있는지 몰랐다. 어떤 자원들이 매장되어 있는지 몰랐다. 우리는 지구만 공유하고 있을 뿐이었다. 어릴 적 우리는 밥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었지만 같이 있지 않았다. 막내의 혼잣말에 둘째가 대답했다.


 맞아. 아빠는 텔레비전 전선을 기가 막히게 잘 이어 붙였지.


 너희도 기억하는구나. 나는 여태 혼자 괴로운 줄 알았다.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같은 화면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이다. 동생들은 웃는다. 나는 웃지 않는다. 내게 느끼던 것들과 너희가 느끼던 것들이 다를까 두렵다. 말하지 않는다. 내 섬은 오랜 가뭄으로 많은 것들이 가물었다. 너희 섬은 어떠니. 말하지 않는다. 둘째의 대답에 나는 말을 더했다.

 

 맞아 텔레비전 전선을 기가 막히게 잘 이어 붙였지. 그걸 붙여줄 때까지 기다리기 참 힘들었다.

 기가 막히게 지금까지도 사과 한 번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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