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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들래 Oct 23. 2024

내를 건너 숲으로 가면

마음의 소리 따라서

연둣빛 고요가 숨 쉬고 있더라고요 호흡하다 벅차면 그곳으로 느린 산책 떠나요 안내하는 손짓 따라 초록 숲으로 오세요 어렵지 않아요 두 발과 마음만 움직이면요 별 헤는 밤과 자화상이 있고요 어디선가 전화벨이 울릴 거예요 아직 그 땅을 잊지 말라고 말할 거예요 밤의 서적이 있고요 낮달이 떠 있을 거예요 시선을 돌리면 반짝이는 별 나뭇잎 장미 한 송이도 만날 수 있죠


뜻을 새겨 꼼꼼히 읽는 공간으로 가면 가슴이 뻥 뚫리죠 알람브라궁전이 부럽지 않아요 사계절 내내 비발디 음표가 공간을 날아다니죠 벚꽃과 눈 맞추고요 등나무 그늘 아래서 하늘바라기 해요 하얀 분수 입자 떠다니는 유월엔 녹음 속 정원 산책하죠 지치면 잔디밭 안락의자 차지한 채 야외독서 즐겨요 인왕제색도가 있고요 역사책 속 인물들이 걸어 나와요 지친 어깨를 토닥토닥 겸재의 손길일까요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과 마주하는 시간 바로 시의 순간을 맛보게 하죠 그 속에 잠겨 보아요


남쪽에 있는 산으로 가면 작은 세상이 보여요 쏟아지는 빗길 속 산책을 마치고 들어서면 온갖 활자들이 환영하죠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휘감아요 게으름을 찬양하고요 이토록 아름다운 나이를 생각하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요 오늘의 마음에 이름을 지어주죠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고 소곤대죠 깻잎도 투쟁한다는 걸 아나요 속삭이는 서울 풍경을 다정하게 마주 보아요 귓속말하는 서울 야경을 고요하게 들여다보아요 공간 속에 몸을 맡겨 보아요 해 질 녘부터 청 새벽 올 때까지 머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슬퍼요


1920년 개관한 사직동 책 동네에 가면 추억이 기다리죠 보신각종이 있는 거리에서 멀지만 첫사랑 설렘 공원 벤치 가난한 버스 여행 두 개의 터널을 지날 때마다 희로애락 겹치고요 암담했던 시절 비타민이었죠 사춘기를 넘어 오추기까지 잘 지날 수 있게 손잡아 준 책의 집을 향해 그윽하게 조아려요 영화 이야기와 철학 담화를 들을 수 있고요 문학과 미술이 손잡고 대화하는 걸 마주할 수 있죠 집에 있는 책상 여기에도 있지요 올 때마다 책상 바꾸는 재미도 서적의 집에서 누릴 수 있는 호사죠 


오래전부터 책의 집은 문화의 집 영화감상실 독서 동아리방 음악감상실 미술 감상실을 겸하지요 우아한 문화인은 가까운 도서관을 찾아요 문화와 나란히 걸어요 차곡차곡 문물의 힘 구축해요 오늘도 집에서 가까운 내를 건너 숲으로 가려고요 마음은 벌써 실개천 건너고 숲을 향하고 있죠 은밀한 속삭임에 귀 기울이고 보편 교양을 학습합니다 루브르미술관 산책과 도시에서 즐기는 고전음악도 만나보려고요 은밀하게 손짓하는 내를 건너 숲으로 오세요 마음의 소리 따라서 고요한 산책 즐길 수 있답니다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 아트사이드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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