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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들래 Oct 20. 2024

모스크바의 밤

러시아 영토를 닮은 한 사람이 떠올랐어

S 명돕니다

음색에 반했지

명도와 채도가

적당히 믹스된 목소리

첫 귀에 반해버렸어

두 번째 다시 만난

그의 이름이 바뀌어버렸네

명동이래

명도가 아니래

늘 밝기만 한 이름은 싫어

그럼에도 함께 써온 역사

35년간의 아찔했던 동행이 고마워

이젠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친구


모스크바의 밤

술 한잔 앞에 두고 있으면

자꾸 떠오르는 남자

푸시킨 광장에 만월이 찼어

늘 밝기만 한 당신 이름 써보았지

마음만큼은

러시아 영토를 닮은 남자

도스토옙스키의 깊이

톨스토이의 넓이

푸시킨의 감성

파스테르나크의 열정

안톤 체호프의 블랙유머

모두가 당신 안에 있음을 알아

혼자 걸었지만 둘이었어 

옆에 서 있는 건 당신이었어

당신 마음이 내내 함께였어


노보데비치사원을 걸으며

차이콥스키가 백조의 호수 영감 얻은 채하에 잠긴 호수 바라보며

엠게우 그 찬란한 캠퍼스를 걸으며

모스크바 유람선에 몸을 싣고 와인잔 기울이며

낙엽송 울창한 짜리찌노 공원 산책하며

푸쉬킨에 취해 고리키공원 산책하며

이즈마일로보 마켓에서 마트료시카 마주 보며

돔끄니기 서점 산책하다 북토크 참관하며

차이콥스키 음악원 노천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마야콥스키 극장 앞 낯선 행인 보폭에 놀라며

체호프 예술극장에 들어서는 연극배우 바라보며

볼쇼이극장 앞에서 휘황찬란한 야경 마주하며

푸시킨 미술관에서 샤갈의 작품에 젖어들며

톨스토이 집 박물관 아름다운 정원 산책하며

아르바트거리 빅토르최 추모벽화를 마주하며


당신은 내내 함께였지

힘든 어깨를 토닥여주다가

묵직한 중저음 음색으로 격려했어

당신 참 용감해

긴장의 끈 놓지 말고

무사히 여행 마치고 와

다정한 음표 되어 

귀에 울리는 당신 목소리

모스크바 깊은 밤

숙소 가까운 카페에 앉아

맥주 한잔 하노라니

당신 생각 간절하네

고맙고 감사해요

내 마음속에 오롯이 자리한 명도 씨



  2018년 여름, 푸시킨 광장에서 느끼고 아르바트거리 벤치에 홀로 앉아 만월을 보며 쓴 시 한 편, 35년 룸메에게 바치는 詩


2018년 여름 노보데비치 사원 앞 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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