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일기 4

하야시 후미코 기념관에서...

by 물들래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 바라본다

하늘하늘 읊조리며 해바라기 하듯 하늘 바란다

손끝으로 파란 하늘에 부운(浮雲)이라 써본다

한 획 환 획 분해되어 떠돌다가 날아간다

그 사이로 산산한 표정이 다가온다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부운, 浮雲>

원작자는 하야시 후미코

그녀를 안 건 2023년 재팬 파운데이션 무비 페스티벌이었지

<부운>과 <방랑기> 두 편의 영화 통해 알게 된 작가가 궁금했어

도쿄 여행을 떠나기 전 후미코 작품을 찾아 읽었지


1962년 영화화된 하야시 후미코의 자전 소설 <방랑기>와

우연히 검색해서 알게 된 <여행하는 여성 나혜석과 후미코>

일등칸으로 여행한 식민지 여성, 나혜석과

삼등칸을 탄 제국 여성, 하야시 후미코의 여행에 관한 책

식민지 한국과 피식민지 일본의 근대 시기를 대표하는 두 여성

비슷한 시대, 4년이라는 격차를 두고 시베리아 열차에 올랐더라

러시아 횡단을 시작으로 유럽여행을 마치고 여행기를 남긴 두 여성


고향 없는 숙명적인 방랑자라고 자신을 표현한 하야시 후미코

자신의 고향은 여행이라고 말할 정도로 떠도는 삶을 살았던 그녀

숙명적으로 나그네인 그녀는 고향이라는 노래를 쓸쓸하게 불렀다

글쓰기로 가난과 외로움을 이겨냈던 하야시 후미코

27세 그녀는 <방랑기> 인세로 거침없이 세계 일주를 떠났지


서민의 서민에 의한, 서민을 위한 문학으로

숙명의 방랑자 삶을 살다 길을 떠난 후미코

자신을 위로하기 위해 문학과 친교 했던 작가

여행을 고향으로 알던 숙명적인 방랑자 하야시 후미코

마음의 고향으로 삼으며 꺼내 읽던 작가 안톤 체호프

가난한 사람들에게 마음의 양식이 되는 소설을 쓰겠다던 작가

삶의 밑바닥에서 꿋꿋하게 일궈낸 문학은 타국 독자에게도 와닿았다


방랑과 정착 사이에서 줄다리기한 삶이 아련히 다가올 즈음

집필실 책상에 앉아있는 후덕한 그녀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짧지만 열정적인 삶을 살다 간 하야시 후미코

호박빛 조명등 앞에서 가만히 후미코의 발끝을 내려다보았다


아름다운 일본식 뜨락을 거니는데 만감이 교차하고

토지 구입을 시작으로 교토 민가 견학은 물론

직접 건축 공부하며 서두르지 않고 지은 집 뜨락에 서니

민가 풍의 안정감과 섬세함이 곳곳에서 조화롭게 빛났다

야트막한 뒤뜰에서 바라보니 조금씩 석양이 내려앉고 있었다


커피담배로 건강을 돌보지 않아 심장마비로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장례위원장을 맡았다지

하야시 후미코가 매장된 절, 묘비명도 직접 썼다지

안개 같은 문체의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선명한 문체의 하야시 후미코

두 사람의 교류가 어떤 정서와 색깔로 이어졌을까

읽지 않은 다른 책들이 어떤 정서로 마음을 물들일지 사뭇 궁금해


마당을 서성거리는데 귓가로 스며드는 다정한 목소리

먼 곳으로 여행 가서 목적지 없이 홀로 뚜벅뚜벅 걷고 싶어요

지금 그대가 그러고 있네요 함께 걸어요 내게 건네는 귓속말이 따뜻하다


1'.jpg
1.jpg
동일한 스탠드 앞에서의 감흥이라니... 20250406, 도쿄 하야시 후미코 기념관 & 하야시 후미코 2015/ 사진 출처: 네이버 이미지
1''.jpg
1'''.jpg
2''''.jpg
20250406, 도쿄 하야시 후미코 기념관
2.jpg
2'.jpg
20250406, 도쿄 하야시 후미코 기념관
2''.jpg
2'''.jpg
2'''''.jpg
20250406 방문했던 도쿄 하야시 후미코 기념관


이전 28화나뭇잎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