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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까치 Mar 12. 2024

힘을 뺀다는 느낌 [3/365]

2023년 12월 3일, 22:41

아이를 어떻게 키우는 게 좋다, 이렇게 해야 아이의 자존감이 높아진다, 자율과 한계를 설정해라, 또 이건 이래야 하고, 저건 저래야 한다.


당연하겠지만 나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가 육아인지라, 요즘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추천으로 정말 다양한 육아 콘텐츠가 내 피드에 올라온다. 아들이 태어나기 전엔 조금의 관심도 없던 영역이므로, 과거에도 이런 콘텐츠가 많았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다만, 주변을 통해 듣기로도 지금이 육아 코칭 콘텐츠의 황금시대인 것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이런 콘텐츠에 크게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아니라, ‘그럴 수 있겠군’ 하고 넘기는 수준이지만, 유독 자주 상기하게 되는 내용은 몇 가지 있다. ‘보통의 부모는 충분히 좋은 부모’라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서의 구절, 어떠한 연유로 조카를 맡아 기른다면 어떻게 양육할 것 같냐는 질문, 마지막으로 아이는 그저 당신과 같이 살아가는 존재라는 문장 같은 것들이다.


이 내용들은 대체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너무 애쓸 필요가 없다’ 내지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 힘 빼고 함께 살아가는 육아가 좋다’ 정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이해한다. 물론 힘 빼는 게 쉬운 것은 아니다. 어떤 종목이든 운동 레슨을 받아 본 사람이라면, ‘힘 빼고’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잘하고자 하는 마음은 필연적으로 몸에 힘을 주는 것으로 이어진다.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몸은 감기로 여전히 무거웠고, 오전에는 이미 한 차례 아이와 외출을 다녀온 상태였다. 딱히 무리해서 또 나갈 생각은 없었던 터라, 나는 그저 아들이 이끄는 대로 작은 방에 마주 보고 앉아, 시시한 놀이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스티커를 침대 가드에 붙이고, 탁구공을 벽에 던지고 받길 반복했다. 몸이 좀 무거운 탓에, 애써 많은 말을 들려주려 하지 않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반응했다.


아이는 언제나처럼 별 것 아닌 놀이에도 즐거워했다. 아빠가 애써 큰 동작으로 놀아주지 않아도,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함께 해주는 것만으로도 흡족한 듯 보였다. 작은 방에 둘이 들어온 지 한 시간 반이 지나있었고, 나는 평소 대비 덜 지치는 느낌을 받았다. 아, 이게 힘 빼고 놀아준다는 것인가? 레슨을 오래 받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윙이나 동작에 힘이 빠지면서 잘 맞아 들어간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데, 그런 것과 비슷한 인상을 받은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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