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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까치 Mar 12. 2024

키즈카페의 아빠들 [2/365]

2023년 12월 2일, 22:38

주 중반 즈음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다. 목이 약간 불편한 정도의 경미한 증상이었으나, 어제부터는 약간의 몸살 기운이 돌면서 몸이 무척 무거웠다. 이런 사정을, 22개월 아들은 봐주지 않는다. 오늘도 어김없이 6시에 기상해 아빠를 깨우러 달려왔고, 나는 무거운 몸을 그야말로 억지로 억지로 일으켜 종일 아이와 함께 놀았다.


기온이 0도에 가까워진 무렵부터, 아들과 함께 노는 일이 많이 버거워졌다. 아들은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아이다. 바깥에서 양껏 햇볕을 쬐고, 세상 만물 그냥 지나치는 법 없이 만져보고 들고뛰어봐야 하는 아이다. 바깥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이 계절이,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영 많이 답답하다.


오전엔 한 대형 쇼핑몰의 키즈파크에 다녀왔다.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곳인데, 규모가 워낙 커서 기온이 떨어진 즈음부터 종종 다니고 있다. 매일이 새로운 바깥세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나마 답답함이 덜한 곳이다. 아들의 낮잠 시간을 감안하면, 키즈파크가 문을 여는 시간부터 부지런히 놀아야 2시간 정도를 채울 수 있다. 우리는 오늘도 2등으로 입장했다.


이런 류의 시설에 오면, 아이와 함께 뛰고 기는 재미도 재미지만, 다른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를 관찰하는 재미도 있다.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잠시 지켜보면 옷차림도, 싸 온 간식도, 아이와 대화하는 방식도 제각각인 사람들. 그러나 행동과 표정에, 근원에 있는 마음이 드러나 또 모두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이 이들 부모들이다.


엄마 아빠 모두에게 그렇지만, 나는 아빠라서, 이 비슷한 남자들을 보면 마음속에 동질감과 유대감이 피어오른다. 오늘도 피로가 잔뜩 뭍은 등에 손바닥만 한 보라색 백팩을 메고, 동물병원 놀이 지옥에 빠져 종일 컹컹 울어대던 남자 옆을 스쳤다. 고생이 많소, 그 어깨 한 번 두드려 주고 싶은 마음을 가졌었다. 누군가는 나를 보며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 서로 그런 마음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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