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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까치 Mar 12. 2024

뭐라도 쓰지 않은 날들 [1/365]

2023년 12월 1일, 23:00

꾸준히 ‘뭐라도 쓰지 않은 날들’이 꽤 오래전부터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쓰고 싶다는 가벼운 마음과, 써야 한다는 무거운 마음이 한데 뒤엉켜 방치된 지가 제법 오래다. 왜 그런 마음들이 있는지,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명료하게 설명할 수 없다. 설명하려고 노력할수록, 실제에서 멀리 있는 단어들이 튀어나온다.  그저 나는, 뭐라도 쓰면서 사는 게 나은 삶이라 여기는 사람이다. 또 나는, 그렇게 쓰인 글들을 누군가 읽어줄 때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다. 이렇게 정리하기로 했다.


내보이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오랜 시간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이것은 비단 글쓰기에만 국한된 고민이 아니기도 한데, 한 가지 주제를 깊이 다루지 않는 타고난 성향이 바로 그것이다.


적어도 나는, 하나의 주제를 깊이 다루는 여러 편의 글 뭉치가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단편적인 감상에 머물지 않고, 여러 층위의 껍질을 하나씩 하나씩 만져보고 벗겨내는 엮인 글들이 좋다. 이런 글을 쓰고 싶은 마음에 비해, 나의 관심은 늘 도처에 얕게 널려있었다. 내가 깊이 다뤄봄직한 주제를 고민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러고자 그런 것이 아니라, 내가 원래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 대해 다뤄보면 어떤가. 하루 말고 한 해, 삼백 육십 다섯 번의 밤에 곱씹었던 그날의 생각들을 다뤄보면 어떤가. 그렇게 삼백 육십 다섯 편의 토막글과, 그 토막글이 다루는 주제가 모이면, 적어도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깊이 있게 다뤄봤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엔 이런 생각을 해왔고, 오늘 밤 그 첫 글을 쓰게 되었다. 2024년 11월 30일에는, 스스로에 대해 제법 다뤄봤다고 말할 수 있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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