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땠어? 알잖아. 늘 똑같지 뭐
눈을 감고도 선명히 그려지는 패터슨(아담 드라이버)의 일주일. 월요일, 화요일,... 그가 목요일을 맞이할 때쯤엔 목요병이 찾아온 것처럼 피로가 밀려왔다. 지루했다. 그 지루함이 두려워 재관람을 미뤄둔 게 한 달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전엔 누군가의 설명이 필요했던 것들이 점점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새벽 6시 15분. 침대에서 일어나 간단하게 시리얼을 먹고, 버스 운전기사인 그는 매일 같은 노선을 돌며 승객들을 만난다.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으며 시를 쓰고, 퇴근 후에는 마빈을 산책시키며 동네 단골 바(Bar)에 들러 맥주를 마신다. 그렇게 옅은 맥주 냄새를 몸에 묻힌 채 잠에 청한 그는 다음 날 새벽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 침대에서 어김없이 눈을 뜬다.
사실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듯 보이지만 그 안에는 작은 변주들이 숨어 있다. 집안을 가득 채운 아내의 예술작품들과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내의 꿈. 그런 그녀가 만들어주는 샌드위치와 머핀. 같은 노선에도 매일 다른 승객들과 그들의 대화. 늘 같은 공간에서 맥주를 마시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그런 작은 변주들 사이에서 글감을 찾아 비밀노트에 써 내려가는 패터슨의 시 또한 그러하다.
무엇보다 그 작은 변주들을 통해 이를 지속하고 반복할 수 있는 힘을 가진 패터슨에게서 전에는 공감하기 어려웠던 성실함과 대단함이 느껴졌다. 남들이 보기엔 지루하고 단순한 하루의 반복일지라도 패터슨은 그 안에서 본인의 리듬을 만들어 나간 것이다.
나 역시 하루의 리듬을 재정비하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전보다 외부활동이 힘들다는 점도 있었지만 퇴사와 함께 나를 위해 하루를 온전히 쓸 수 있다는 생각에 하고 싶은 것들을 쭉 써 내려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매번 특별하고 재미난 일만 찾던 내가 막상 '내가 원했던 하루는 이런 거였을지도.'라고 생각했다.
이른 아침, 눈을 뜨면 동네를 가볍게 산책하고 집에 돌아와 매트 위에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의 긴장을 풀어낸다. 커피 포트의 물이 끓어오르는 동안 오늘 읽을 책을 고르고, 따각- 하고 스위치가 올라가면 핸드폰으로 20분 알람을 맞추고 향긋한 커피와 함께 작가의 글을 탐험한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지만 이렇게 시작한 하루와 그렇지 않은 하루는 꽤나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러다 보면 오늘은 커피 대신 티(Tea)로. 오늘은 산책 말고 가볍게 러닝으로. 고정된 리듬 속 작은 변주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 안에서 오는 작은 기쁨과 성취감을 느끼며 말이다.
"오늘은 어땠어?"
"괜찮았어요. 닥은요?"
"알잖아. 늘 똑같지 뭐."
좀 재미없으면 어떻고 늘 똑같으면 어떠한가. 그 안에서 본인만 아는 리듬을 가졌을지도 모르는 걸. 무엇보다 그런 하루들이 있어야 특별한 하루도 특별하게 느껴진다는 걸. 언제라도 특별한 하루들을 양 팔 벌려 맞이할 수 있게 일상의 작은 변주들로 하루를 살아보는 연습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