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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색고양이상점 Apr 17. 2024

'나'와 또 다른 '나'

그 사이를 방황하며


2024년 12월 15일에 마음에 일어난 것


 명상을 하면서 마음을 잘 살펴보게 된 것 같다. '지금' &'여기' 마음에 일어나는 것들을 잘 알게 되는 것 같다. 


- 한동안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에 묶여있던 때가 있었다. 그 마음이 다시 일었다. 

-어제는 등유 떼는 친구집에 다녀왔다. 등유 떼는 그곳 분위기가 좋았다. 집에 오는 길에 타인과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을 계속 느끼면서 울었다. 

-타인과 연결되고 싶다는 뿌리 깊은, 충혈된 슬픔이 있다. 

-사람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과, 사람들을 피해서 도망 다니는 마음이 공존한다. 

-가장 두려워하는 곳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는 듯하다 



2024년 12월 16일 명상기록


 마음에 사소한 일으킴 조차 잘 느끼게 되고 있는 것 같다. 명상을 하면서 인생의 다음 장이 펼쳐진 듯하다. 부지불식간에 머리를 채우고 있는 생각이 내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면서 마음에 드리운 안개가 조금씩 옅어진다. 울음이 맺혀, 기껏 살아내기 위해 터져야 했던 울음은 울고 나면 개운했지만, 그 울음이야 간신이 삶의 한 끝을 부여잡은 울음이었다. 요즘 흘리는 눈물은 '마음'과 가까워져서 나오는 경이로움 앞에 흘리는 눈물이다. 나는 더욱더 나와 가까워지기를 원한다. 왠지 모르게 벌어진 내 안의 간극에서 길을 잃고 싶지는 않다. 



- '시' 눈사람이 마음에 잘 와닿는다. 


서리와 눈 쌓인

소나무의 가지를 응시하려면

겨울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

얼음으로 뒤덮인 향나무와

멀리 일월의 햇빛 속에 반짝이는

거친 가문비나무를 바라보려면

오랫동안 추워야 한다

바람 소리와

몇 안 남은 나뭇잎 소리에서

어떤 비참함도 생각하지 않으려면

그 소리는 대지의 소리

같은 헐벗은 장소에서 부는

같은 바람으로 가득한

눈 속에서 귀 기울여 들으며

스스로 무(無)가 된 자는

그곳에 있지 않은 무와

그곳에 있는 무를 본다



- 월러스 스티븐스 <눈사람> (류시화 옮김)



돌아보며


 늘 고독과 공허함을 안고 무언가와 연결되고 싶다는 갈망을 가지고 살았다. 타인과 있어도 외로웠고, 홀로 있어도 외로웠다. 작년 저 때 즈음 무언가와 연결되고 싶다는 강한 갈망이 마음을 채웠고, 친구네서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많이도 울었다. 아직도 무언가와 연결되고 싶다는 갈망을 느낀다. 다만, 예전만큼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연결되고 싶은 그 무언가가 잃어버린 나 자신일지도 모르겠다는 마음이 불쑥 일었다가 다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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