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 도서관 자원봉사 (2)
/ 어제 혼자서 커버한 일을 세 명이 나눠서 했다. 이번 주를 끝으로 관두는 분과 오늘 처음 출근하신 분. 내가 봉사하는 도서관은 3개의 층으로 나눠져 있어서 한 명당 한 개 층씩 분담하기로 했다. 원래 이런 시스템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혼자 해도 널널한 일을 셋이서 한다고?'
의뭉스러운 마음으로 퇴근한 어제였다. 셋이 되어 훨-씬 널널하게 일을 하고보니 알겠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치열한 현장에서 일해왔는지를. 단 5분의 쉼도 허락되지 않았던 곳에서 4년을 일했다. 그에 비하면 1시간 서가 정리하고 30분 휴식이 주어지는 이 일이 나에게 얼마나 황송한가. 하지만 동시에 생각한다. 이렇게 낭비적인 환경에서 나는 버틸 수 없다고! 북유럽의 느긋한 라이프 스타일을 전하는 책을 읽고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이내 시간을 허투루 사용하는 나를 정죄하는 내가 있다. 우리 사회의 일의 구조, 방식과 한몸이 되어버린 부조리와 아픔에 분개하면서도 스스로에게 그 짐을 지어주고야마는 현실에 낙심한다. 내가 원하는 성취는 무엇을 위한 성취인가? 그 성취는 어떤 모습을 하고있는가? 나에게 적절한 쉼도 허락지 않을만큼 시급한 일일 수 있는가?
/ 빌려놓은 책이 11권인데 도서관에 오면 항상 새로운 책에 기웃거린다. 오늘은 마스다 미리 작가의 에세이 만화를 읽기로 작정하고 왔다. 휴식 시간에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세 권을 다 읽었다. 제목을 모아 놓으니 천연히 부끄러워진다.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3종이라고 보아도 무방하겠다. 34살 싱글 여성 수짱의 목소리를 빌려 전하는 작가의 자전적 물음, 메시지. 3일 후면 34살이 되는 나에게도 이 질문은 여지없다. 무려 10년 전에 쓰인 책이니까 저 당시의 34살은 현재로써는 +3~5살쯤 더해야 되는 거 아니겠냐며, 어처구니 없는 방식으로 자위한다. 그럼에도 저 질문의 무게는 여전히 나에게 유효하다.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 퇴근 10분을 앞두고 마무리 정리를 했다. 내게 맡겨진 일은 완전히 끝맺기 위해서. 그 후 사서 선생님께 간 시각이 정확히 1시.
"선생님, 짐 챙겨서 문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 1시인 거예요. 이제 이러시면(이렇게 열심히 하시면) 안 돼요."
적당히 열심히 해달라고 나를 워워 해주신 사서 선생님께서 나에게 배려와 우려가 담긴 주의를 주셨다. 다른 두 분은 벌써 퇴근한 지 오래라고. 아, 아무리 그래도 도리가 아닌 것 같다. 최저 시급 웃도는 사례비도 받고 하는 일인데, 심지어 이거 엄연히 세금인데... 시 복지 차원의 일자리 공급과 철저한 자본주의 시장 논리가 얽히는 장면의 주인공이 되었다. 나의 가치관 충돌은 어떤 파편을 남기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