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차 : 아빠의 점수가 백만 점 올라갔습니다.
따님이 그토록 노래를 부르던 유니버설 스튜디오 가는 날 아침이 밝아왔다. 익스프레스 티켓을 사지 못한 우리는 오픈런을 해야 했기에 6시에 일어나 준비하고 6:30에 호텔을 나섰다.
우메다 역은 다 좋은데 너무 복잡하다. 전철을 한 번이라도 잘못 타서 오픈런에 실패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플랫폼과 시간표 등을 꼼꼼히 시뮬레이션해야만 했다. 친절한 유튜버의 상세한 설명 덕분에 큰 무리 없이 열차를 탈 수 있었다. 7시에 전철을 타서 한번 환승. 도착하니 7시 20분이다.
유니버설시티 역에 내리면 모든 사람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덩달아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침은 먹어야 하니 근처 편의점에 가서 김밥과 물을 샀다. 참고로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입장할 때 가방 검사를 하기 때문에 입장 전에 음식을 다 먹어야만 한다. 매표소 앞에 도착하니 긴 줄이 늘어서있었다. 가장 짧은 줄 쪽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김밥을 먹으려는데 7:30부터 입장하기 시작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매일 입장 시간이 바뀐다. 9시 입장을 원칙으로 하지만 보통 8시엔 문을 연다고 한다. 그런데 이 날은 7:30부터 입장이라니 운이 좋았다. 생각보다 대기줄이 빨리 줄어들어 김밥을 입 속에 욱여넣기 시작했다. 따님은 이때 먹은 낫또 김밥이 정말 맛있었다고 한다. 안락한 여행도 좋지만 요런 추억이 오래 남는다는 것도 여행의 묘미 중 하나일 것이다.
드디어 입장! 요즘은 슈퍼마리오가 가장 인기라지만 해리포터 덕후인 따님 때문에 우리는 해리포터 존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텅 빈 ‘해리포터 앤 더 포비든 저니’를 대기 없이 입장하는 기분이란 그야말로 상쾌했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서는 호그와트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긴 줄을 세우기 위해 만든 꼬불꼬불한 길이겠지만 내부가 꽤 그럴듯해 보여서 마치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마저 들었다.
어트랙션에 대해서 말하자면.. 따님은 엄청 좋아했고 나는 좀 어지러웠다. 어찌 됐든 1차 미션 완료. 그리고 빠르게 ‘플라이트 오브 더 히포그리프’ 쪽으로 이동했다. 이때 시간이 8시 좀 넘었는데 벌써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다. 약 10분간 줄을 서고 2차 미션까지 완료하고 나니 8시 30분 정도 되었다.
놀이공원에 가는데 이렇게까지 전투적으로 임해야 할까?
라는 현타는 사치다.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야 했다.
닌텐도 월드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유니버설스튜디오 앱을 통하여 입장권을 미리 받아야 한다. 우리의 입장 시간은 9시였기에 곧바로 닌텐도 월드로 향했다. 가장 핫하다는 마리오카트에 한번 도전해 볼까 생각을 했지만 오전 9시 기준 대기시간 2시간 반 (기다려서 1분 정도 즐기고 나면 점심 먹어야 하는 상황)을 확인하고 바로 포기했다. 따님이 슈퍼 마리오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다. 여유롭게 둘러보며 사진도 찍고 기념품도 사고 다 했는데도 9시 40분이었다. 닌텐도 월드엔 사람이 너무나도 많았기에 일단 밖으로 빠져나가기로 했다.
자 이제 뭐 하지? 이 시간부터는 모든 놀이기구가 거의 2시간 줄을 서야 했다. 따님도 그렇게까지 어트랙션을 즐기고 싶어 하진 않았기에 우린 다시 해리포터로 향했다. 영화와 똑같은 상황극으로 지팡이를 판매하는 올리밴더의 지팡이 가게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한 번에 20명 정도 되는 인원이 입장하여 극에 참여하는 방식인데 운이 좋아 해리포터 역으로 선택되면 역할극의 주인공도 되고 특별한 지팡이를 살 수 있는 권한도 갖게 된다고 하였다. 사전 조사를 철저히 했던 따님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덤블도어같이 생긴 할아버지 앞에서 알짱거렸고 작전이 성공하여 해리포터 역에 당첨됐다. 꽤나 리얼한 현장감과 할아버지의 놀라운 연기력 덕에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만끽한 따님의 입꼬리는 올라갔고, 마침내 스페셜 지팡이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로서 유니버설의 모든 미션은 다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임무를 완수한 거 같아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여유롭게 식사도 하고 즐길 수 있겠다고 기대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오사카 유니버설스튜디오는 작은 면적에 촘촘히 놀이시설이 들어서 있는 구조라 휴식을 위한 시설이 열악했다. 커피 한잔을 마시려 해도 긴 줄을 서야 했고 벤치는커녕 뙤약볕에 그늘도 별로 없었다. 음식 반입이 안되면 식당이라도 많이 만들어놔야 하는 거 아닌가. 가격은 또 왜 그리 비싼지.. 체력만 받쳐준다면 쫄쫄 굶어가며 2시간씩 줄을 서서 대략 5개 정도의 어트랙션을 타고 나오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그런 곳이었다.
그렇다고 오전에 모든 일정을 마감하고 나가기도 뭐 하고 하여 워터월드 쇼 등 대기가 거의 없는 쇼 위주로 관람을 하던 차에 운이 좋게도(?) 대기하던 쇼 하나가 취소되어 익스프레스 패스 한 장을 서비스로 받을 수 있었다. 절대반지를 손에 넣은 기분이었다. 여러 가지 어트랙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는데 우리는 죠스를 택했다. 2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기나긴 줄 옆으로 뛰어 들어가는 즐거움이란!
30년 만에 다시 보는 죠스 쇼는 예전과 놀랄 만큼 똑같았고 여전히 재미있었다. 하나의 IP로 이렇게까지 우려먹어도 되는 건가라는 생각에 부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였다.
마음 같아선 저녁까지 버텨서 야간 퍼레이드도 보고 싶긴 했지만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식당이나 카페 시설만 괜찮았어도 더 머물렀을 거 같은데 그런 점이 매우 아쉬웠다. 어딜 가나 사람이 너무 많았다. 이만하면 됐다 싶어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기로 합의를 봤다.
해리포터 굿즈 등의 전리품을 챙겨 스튜디오를 나서자마자 가장 그리웠던 스타벅스로 향했다.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스벅에 편하게 자리를 잡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원샷하는 기분이란 행군 뒤에 마시는 시원한 물 맛에 비견할만했다. 아주 오래전 기억 속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이런 곳이 아니었는데..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과 좁은 일본의 차이인 건지, 수요 공급의 밸런스가 무너진 건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너무 많고, 모든 게 비싸고, 쉴 곳은 없었기에 솔직한 심정으로 다시 오고 싶진 않았다. 마음속엔 그런 생각으로 가득했지만 따님의 행복해하는 얼굴을 보노라면 "아빠도 너~어무 재밌었어."라는 말밖엔 할 수가 없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두르다 보니 하루가 길기도 했다. 호텔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숙소에서 쉬기는 좀 아쉬웠다. 우메다 역의 장점은 주변에 볼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많은 건물이 연결되어 있고 하나씩 훑어보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심지어 어마어마한 규모의 요도바시 카메라 매장이 호텔과 연결되어 있었음에도 제대로 즐기질 못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정도이다.
일본 여행을 가면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츠타야 서점을 둘러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라 하루의 마무리로 서점에 들르기로 했다. 우메다 역 근처에는 츠타야 서점이 2개 있었는데 호텔과 연결된 건물에 위치한 츠타야는 규모가 작았다. 문구 덕후인 따님에게 예쁜 무언가를 사주고 싶었지만 책이나 비싼 만년필 밖에 없어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뭐.. 해리포터 굿즈를 침대 위에 늘어놓은 따님의 기분은 최고인 거 같으니 3일 차도 Mission comp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