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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필복감독 Feb 26. 2020

베를린에서 경험한 다양한 맥주들

가격도 종류도 천차만별

독일의 맥주


독일 하면 맥주로 유명하지만 베를린의 맥주는 타 지역 맥주에 비하면 비주류에 속한다.

맥주 축제로 유명한 옥토버 페스트뮌헨에서 열리고 있고 일반적으로 유명한 대다수의 맥주들은 바이에른 주의 뮌헨을 연고지로 삼고 있다.

천년 전통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인 바이엔슈테판을 비롯 에딩거, 파울라너, 호프브로이하우스, 아우구스티너 등등 모두가 바이에른 지역의 브랜드다.


바이에른 뮌헨의 후원사 파울라너





베를린의 맥주


그렇다면 베를린의 유명한 맥주 브랜드는 뭐가 있을까?

몇 개의 브랜드가 있지만 베를리너 킨들 필스너와 베를리너 필스너 대표적이다  


0.64유로(800원)도 싸다고 놀랐는데 며칠 뒤 가보니 0.44 유로(550원)로 할인을 하고 있었다.


베를린의 상징인 곰 심벌 덕분에 상징성이 더욱 짙어 보이는 베를리너 필스너


드레스덴의 한 바텐더조차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맥주는 베를리너 필스너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동독 지역에선 꽤나 인기 있는 맥주인 듯하다.

맛 좋고 가격도 저렴하여 물 대신 편하게 마셨던 청량감이 좋았던 맥주였다.




베를린에서 만난 뮌헨 맥주 아우구스티너


베를린에 가면 유명한 브루어리를 돌아다니면서 싱싱한 맥주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쉽게 브루어리를 만날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미테(중심부) 지역에 아우구스티너 브루어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무려 700년 전통의 아우구스티너


음식은 학세가 유명하다 하여 먹어보려 하였으나 오후 2시 경의 시간임에도 이미 다 팔려서 주문을 할 수가 없었다.

종업원이 추천해준 학세와 비슷한 (그러나 양이 적은) 돼지고기를 시켰다. 보통 독일 음식들이 엄청나게 짠데 간도 좋고 육질도 부드러운 것이 매우 맛있었다.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러운 것이 전형적인 학세 스타일 돼지 요리.


맥주를 주문하려는데 독일 와서 처음으로 맥주 메뉴판을 받아보니 뭔가 낯설었다.

평소 맥주 마니아로서 자부하고 있었지만 분류법이 이상했다. 라거, 에일, 스타우트 등의 분류법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분류되어 있어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아우구스티너 맥주 메뉴


에델스토프는 뭐고 쉬니트는 뭐란 말인가??

아는 건 둔켈밖에 없었다. 급하게 구글을 열었다.


검색해보니 이는 바이에른 방식의 분류법이고 둘 다 라거 계열인데 맥즙의 농도에 따라 다른 듯했다.

hell 또는 helles라고 표기된 것은 독일의 전통적인 pale lager를 뜻한다고 한다.

edelstoff는 라거이긴 한데 hell보다는 맥즙 농도가 높은 진한 빛깔의 맥주였다.

schnitt는 반만 따르고 반은 거품으로 채우는 방식인 듯했다. 그래서 양도 적고 가격도 싸다


일단은 hell부터 마셔보기로 했다. 살짝 단 맛이 돌고 일반 라거에 비해서는 질감이 있는 느낌의 라거였다.


Edelstoff는 색깔도 더 진하고 바디감이 강하게 느껴졌다.


나를 안내해준 조카는 "라들러는 자전거라는 뜻인데?"라고 웅얼거리며 호기심에 radler를 주문했다.

맛은... 맥주도 레모네이드도 아닌 그런 맛이었다.

라들러는 맥주와 레모네이드가 5:5 정도로 혼합된 칵테일 맥주였다.

그러면 왜 자전거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풍문에 의하면 워낙 도수가 약한 칵테일 맥주이다 보니 마시고 자전거를 타도 된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생각보다 독일인은 유머를 즐기는 민족인 듯하다.


아우구스티너에 대한 개인적 견해는 가격도 착하고 맥주 맛도 그 자체로 훌륭했지만 기대했던 독일 특유의 깔끔한 라거의 맛은 아니었다. 바이에른의 밀맥주 느낌이 나는 라거랄까? 그런 느낌의 맥주였다.




베를린에서 경험한 기네스 바


하케셔 마르크트엔 베를린과 어울리지 않는 아이리쉬펍이 있었다. 들어가 보니 실내 인테리어도, 시스템도 전형적인 영국식이다.


이렇게만 보면 영국인듯한 착각이 든다.


기네스를 주문했다. 별로였다. 독일에서 기네스라니 감흥도 없고 맛도 평범했지만 손님들은 꽤나 많았다.

조카의 말에 따르면 현지인들이 이 펍을 매우 좋아한다고 했다.


킬케니 인테리어



과거 적대국이었던 독일 베를린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영국식 펍이라니.


느낌이 묘했다. 일본 동경에 막걸리 집이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후일담이지만 여행 후반 즈음에 손흥민의 경기가 있던 날 이 곳에서 현지 분위기를 느껴보려고 도전했다가 자리가 없어서 구석에 서서 관람한 적이 있다.  

손님 대부분이 리버풀 훌리건 같은 인간들이라 토트넘을 응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 곳만큼은 독일이 아닌 영국처럼 느껴졌다. 손흥민이 골을 넣을뻔하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 유일한 동양인인 나를 쳐다보는 눈길들이 곱지 않았다. 인기가 없어서 그런지 토트넘 팬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분위기도 안 좋고 손흥민도 잘 못해 재미도 없고 중간에 슬그머니 빠져나왔던 기억이 난다.





베를린의 수제 맥주 전문점


며칠 뒤.

누군가를 소개받기 위해 어디서 만날까 하다가 한번 가보고 싶었던 크래프트 비어 전문점으로 장소를 정했다.

사람도 많고 시끄럽기도 한 데다가 한국에서 넘쳐나는 스타일의 수제 맥주집 스타일이라 피했던 곳인데 베를린의 크래프트는 어떤 맛일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간판부터 미국스럽다.


샤를로텐부르크 성 옆에 있는 Lemke Berlin 이라는 크래프트 비어 체인이었다. 한국에서 유행하는 수제 맥주집과 시스템이나 메뉴 구성이 비슷한, 독일스럽지 않고 미국스러운 느낌의 펍이다.


샘플러 구성



요즘 독일에선 이런 식의 펍이 인기라고 한다. 독일이라기보다는 베를린으로 한정하는 게 맞겠다.


베를린은 많은 분야에 대해 열려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주로는 소시지와 학세를 시키고 맥주는 종류별로 마셔봤는데 다 맛있었다. 역시 기본기가 탄탄한 나라라 그런지 에일이고 IPA고 타국의 맥주도 훌륭하게 자기 스타일로 만들어냈다.

단점은 가격이 일반 독일식 펍에 비하여 1.5배 정도로 비싸다. 독일인이 색다른 맛을 느끼러 가기엔 좋은 곳이겠지만 나 같은 이방인에겐 다른 선택지가 너무나도 많다. 이 곳은 맥주의 천국이니까.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브루어리 바이엔슈테판의 나라.

500년 전에 맥주 순수령을 내려 값싸고 질 좋은 맥주를 서민들에게 공급하려 애썼던 나라.


그곳에서 접해본 음주가 아닌 삶의 일부분으로서의 맥주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주기 싫어 작은 목소리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들의 배려 섞인 모습과 함께..


맥주 순수령

1516년 4월 23일 독일 남부 바이에른 공국의 빌헬름 4세(Wilhelm IV, 1493∼1550)가 맥주 양조에 관해 반포한 법령. 맥주 원료로 맥아, 홉, 물, 효모 이외는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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