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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변호사 May 04. 2024

과학적 근거

의대 정원 증원의 타당성?

(1)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는 그의 책 '신은 위대하지 않다(God is not great)'에서 자신의 초등학교 때 시절을 회상한다.


존경했던 선생님이 야외 학습을 나가서 "나무나 풀의 이파리 색들을 대부분 녹색으로 만들어 준 신에게 감사해야 한다. 만일 붉은색으로 만들었다면 우리는 눈이 피곤해서 살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크게 실망한다.


우리의 눈을 편안하게 하기 위하여 신이 이파리 색깔을 녹색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눈이 자연에서 가장 많은 색깔인 녹색이 편안하게 느껴지도록 진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색깔은 원래 사물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빛과 우리 인간의 감각 세포의 작용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태양 광선은 다양한 길이의 파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광선을 가시광선(可視光線)이라고 하는데 무지개 빛깔인 7색(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이 그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빛 자체가 색깔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설명의 편의를 위하여 가시광선은 7가지 색깔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자.


가시광선 중에는 빨강색 빛이 파장이 가장 길고 보라색 빛의 파장이 가장 짧다.


'파장이 길다'라는 말은 골과 골 사이, 마루와 마루 사이가 길다는 말이다. 바다의 파도를 생각하라. 첫 파도와 두 번째 파도의 간격이 길 때 파장이 길다고 한다.


그 가시광선의 범위 바깥에 있는 것 중에 적외선, 자외선이라고 이름붙인 것이 있다. 적외선(赤外線)은 빨간 색 바깥에 있는(파장이 더 긴) 광선이라는 뜻이고 자외선(紫外線)은 보라색 바깥에 있는(파장이 더 짧은) 광선이라는 뜻이다.


※ 곁가지 : 나는 한자(漢字)를 필수적으로 가르치지 않는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 늘 절망한다. 한자만 알면 적외선, 자외선도 바로 그 뜻을 알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외선을 '보라색 바깥에 있는 빛줄기'라고 말을 바꿔야 한다. 아니 우리나라 말 대부분이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현실인데 한자를 가르치지 않겠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보인가.


우리가 사물을 보는 것은 사물에 부딪친 빛이 반사하여 우리 눈을 통하여 그 빛이 들어오고 그 빛을 우리의 뇌가 영상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빛이 없으면 우리는 볼 수 없다.


파장이 가장 긴 광선을 사람의 뇌세포는 빨강색이라고, 파장이 가장 짧은 광선을 보라색이라고 인식한다.


다른 동물은 그렇게 인식하지 않는다. 인간의 뇌세포만 그렇게 인식한다. 따라서 개나 고양이는 같은 사과를 봐도 인간처럼 빨간 색을 느끼지 못한다.


빨간 사과가 빨간 색으로 보이는 이유는, 빨간 사과의 분자 구조가 태양의 빛다발 속에 있는 여러가지 파장의 광선 중 인간의 뇌(감각세포)가 빨간색이라고 인식하는 파장의 광선을 반사하고 나머지 다른 파장의 광선들을 흡수해버리기 때문이다.


그 원리를 이용하여 요즘에는 염색 공장에서 염료의 색깔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낸다. 사물의 분자 구조를 바꾸면 흡수하는 빛과 반사하는 빛이 달라지므로 색깔도 바뀌는(인간의 눈이 색깔을 다르게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2) 뉴턴과 비슷한 시대 사람이었던 올레 뢰머는 덴마크 사람이었다. 목성의 위성인 이오를 관찰했다. 이오가 목성 뒤에 있을 때는 이오가 보이지 않고 목성 앞으로 나왔을 때는 보인다. 그 시점을 계속 측정했는데 일정하지 않았다.


뢰머가 보통 사람 같았으면 당대 최고의 스타인 뉴턴의 이론이 틀렸다고 신이 나서 발표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학자인 뢰머는 그러지 않았다. 뉴턴의 이론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뢰머는 깊이 생각한 끝에 그렇다면 빛의 속도가 무한한 것이 아니라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우리가 '본다'라는 것은 빛이 정보를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빛이 눈에 들어와야 대상을 파악할 수 있다.


뢰머는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는 도중에 목성과 가까운 거리에 있을 때는 이오가 빨리 나타나고, 목성과 거리가 멀어질 때는 이오가 늦게 나타난다(보인다)는 관측결과를 토대로 빛의 속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오는 뉴턴의 방정식 대로 일정한 주기로 목성을 돌고 있지만 그 정보를 전달하는 빛이 속도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지구에 있는 뢰머가 관찰할 때는 이오의 공전주기가 일정하지 않았던 것처럼 관찰된 것이었다.


(3) 아인슈타인은 희한한 것을 알았다. 시속 100km를 달리는 열차가 서로 마주 오면 속도가 두 배가 되는데 시속 100km를 나란히 달리는 열차 간에는 속도가 0이 된다. 그런데 빛의 속도는 어디서 관측해도 일정한 것이었다. 거기에서 출발하여 시간이 불변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나아가 아이작 뉴턴은, 중력이 있다는 것만 밝혀냈지 중력의 원인 즉 중력이 왜 생기는 것인지에 대하여는 몰랐다. 신앙심이 깊었던 뉴턴은 신이 중력을 만들어냈다고 믿었을 것 같다.


아인슈타인은 공간이 왜곡되어 있기 때문에 중력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탄력성 있는 매트리스 위에 무거운 볼링공을 올려놓으면 그 부근의 매트리스가 찌그러지고(왜곡되고) 옆에 놓았던 작은 구슬들이 그리로 굴러 떨어진다. 그런 것이 중력이 발생하는 원리와 같다는 것이다.


아이작 뉴턴의 고전물리학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현상들이 아인슈타인의 등장으로 상당히 많은 부분이 해결됐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원자 단위 안의 이른바 미시세계에서는 전혀 다른 역학의 원리(양자역학)가 적용된다는 것을 죽을 때까지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말년에는 과학자들에게 약간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4) 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지금 내가 주절주절 쓴 위 내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의대 입학생 숫자가 지금보다 2,000명이 늘어나야 하는 이유에 대한 정부 주장의 근거를 제출하라고, 가처분 사건에서 고등법원 재판부가 명했다고 한다.


그 동안 정부가 2,000명 증원이 필요한 이유에 대하여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 자료가 궁금하다.


위에서 열거한 예에서처럼 정말 치열한 연구가 있었는가?  


그렇다고 의사들 편을 들고 싶은 것도 아니다. 이 번에 의사들(전부는 아니겠지만)에 대한 정이 많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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