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크루즈 14박 15일(02)
[5월 20일(화)~6월 2일(월)]
크루즈 선박은 당연히 크다. 그렇게 큰 크루즈 선박들 사이에서도 크기 차이가 또 난다. 내가 탄 파시노사는 12개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층을 갑판을 의미하는 deck이라고 부른다.
승객 객실(passinger cabin)이 1,505개, 승무원 객실(crew cabin)이 601개로써 승무원을 포함하여 4,890명을 맥시멈으로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승객 객실 중 펜트하우스 객실이 10실, 스위트 객실이 60실, 발코니 객실이 522실, 창문만 있는 객실이 333실, 복도 안쪽의 객실로 창문이 없는 객실이 580실이다. 돈이 많으면 펜트하우스나 스위트를 하는 것이 좋고,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발코니가 있는 객실에는 들어가야 한다. 자기 선실에서 해가 뜨고 해가 지는 장엄한 광경을 보는 것은 크루즈 여행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전 중 하나다.
항구에서 종종 다른 크루즈 선박을 만났다. 아파트 단지를 배 위에 올려 놓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는 거대한 선박들도 여러 척 봤다. 10,000명이 타고 다니는 크루즈 선박도 있다고 한다.
크루즈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돈 많은 노인네들만 크루즈를 타고, 고급 원탁 디너 테이블에 둘러앉아 양복이나 드레스를 차려 입고 저녁식사를 하고, 밤에는 댄스 파티를 여는 줄로 안다. 1984년부터 우리나라 텔레비전에서 방영된 시트콤 드라마 '사랑의 유람선 (The Love Boat)'을 본 사람들에게는 특히 그런 이미지가 고착되어 있다. 그래서 크루즈 하면 "나는 춤을 못추는데 하면서..." 머리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춤을 억지로 춰야할 일은 전혀 없다. 최고급 크루즈는 출발하기 전 날에 승객들이 다같이 턱시도를 입고 전야제까지 한다고 하므로 그런 곳에서는 춤을 춰야 하는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을 많이 태우는 거대한 크루즈는 놀이시설이 많다. 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족여행객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보여주기식인 형식적인 물놀이 시설이 아니다. 워터파크에 있는 거대한 시설이 배에 탑재되어 있다. 큰 극장에서 화려한 써커스 공연이 열리기도 한다. 이런 시설을 갖추려니 배가 거대할 수밖에 없다.
최고급으로 갈수록 크루즈 선박의 크기는 작아진다. 놀이시설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18살 미만의 미성년자들은 아예 탑승을 불허하기도 한다. The Love Boat에 등장하는 크루즈가 바로 이런 배였다. 그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선박의 이름은 Pacific Princess였다. 지금도 Princess라는 이름의 크루즈 선사가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유튜브로 그 드라마를 찾아봤다. 배가 작았다. 요즘의 기준에서 보면 크루즈 선박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다.
코스타 선사의 크루즈는 저가 상품이라고 앞에서 말한 바가 있다. 그래도 불편한 점이 없었다. 배를 탄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이므로 격식을 따지지 않아서 나같은 사람은 오히려 편안했다. 예를 들어 크루즈 저녁 식사 자리에는 매일 dress code라는 것이 있는데 지키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므로 나도 편안하게 옷차림을 하고 식당에 갈 수 있었다.
크루즈 회사의 홈페이지를 보면 가격이 나와 있다. 방의 종류에 따라서 가격 차이가 다소 나지만 막연히 생각했던만큼 비싸지 않은 것을 보고 어? 별 것 아니네 하게 된다. 그렇지만 거기에 나와 있는 가격은 선실의 숙박료와 하루 세 끼의 식사대금이다. 고급 크루즈인 all inclusive 가 아닐 때 그렇다는 뜻이다.
그것 외에 크루즈 여행을 할 때는 추가로 드는 비용이 많다. 첫째 우리나라에서 외국에 있는 크루즈 출발점까지 가고 도착지에서 돌아오는 항공료를 계산해야 한다. 둘째 service charge라고 하여 매일 1인당 11유로를 부과한다. 14박 15일의 일정이면 '22유로(부부) 곱하기 15'의 금액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아침에 선실에서 나와 아침식사를 하러 갔다가 오면 어느새 house keeping이 말끔하게 되어 있는데 이런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가다. 셋째 돈을 주고 생수를 사마셔야 하고(부페 식당에서는 컵으로 물을 받아 마실 수 있다. 텀블러 등을 들고 가서 물을 채우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술과 커피도 모두 유료다. (단 부페 식당에서 셀프로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받아 마시는 것은 무료다)
바다에서는 로밍이 안되므로 배에서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써야 한다. 이 가격 또한 비싸다. 1인당 238유로이므로 2사람인 경우에는 460유로다. 인터넷 요금으로만 보름에 70만원을 쓰게 되는 것이다. 육지에 도착하여 기항지 투어를 할 때는 로밍데이터를 이용해야 하므로 로밍도 별도로 사용해야 한다.
이 인터넷 사용요금이 너무 비싸고 아내의 경우에 사무적으로 한국과 연락할 일이 없으므로 나만 인터넷 사용요금을 지급하고 필요한 경우 핸드폰의 모바일 핫스팟 기능을 이용해서 공유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배에 타는 순간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요즘 세상에 인터넷과 단절하여 하루라도 사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배에 타기 전에 인터넷으로 각종 패키지를 선구매하게 된다. 기항지투어 프로그램 예약이 제일 중요하고 음료 패키지도 있고 인터넷 패키지도 있다. 배에 타기 전에 미리 구매하고 결제를 하면 약간의 할인이 된다. 우리는 기항지 투어 프로그램과 음료 패키지를 구매했는데 인터넷 패키지도 아내 것까지 미리 구매했어야 옳았다. 배에 타자마자 아내의 인터넷 상품을 구매했다.
음료 패키지는 배 안에서 1리터 짜리 생수 14병, 500cc 맥주 14잔, 에스프레소 커피 28잔을 먹을 수 있는 상품이다. 그 한도를 초과할 때는 그 때마다 별도로 돈을 내야 한다. 생수 14병이 사실 작은 분량이 아니었고 맥주는 돈을 이미 냈는데 안 마시기가 아까워서 악착같이 챙겨 먹었고 에스프레소 커피도 역시 알뜰하게 챙겨 먹었다. 음료 패키지는 굳이 미리 구매할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번에 에스프레소 마시는 법을 알았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대체로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잔뜩 타서 마셨다. 설탕물처럼 마시는 것이었다. 나는 단 음식은 싫어하는 편이라서 처음에는 탐탁치 않았으나 점점 달콤한 에스프레소 맛에 익숙해졌다.
식당은 부페가 있고 개별 레스토랑들이 있다. 개별 레스토랑의 저녁 식사 시간은 미리 좌석을 예약을 할 수 있다. 나는 에이전트를 통해서 미리 좌석 예약을 했다.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우리 부부만이 앉는 두사람만의 지정좌석에서 식사를 하였다. 넓은 원탁에 앉으면 잘 되지도 않는 영어로 외국인들과 대화를 하여야 하기 때문에 불편할 수 있었으므로 이 좌석 예약은 잘 한 일이었다. 더구나 우리 좌석은 바다를 볼 수 있는 넓은 창가 앞이었기 때문에 더 좋았다.
부페나 다른 레스토랑이나 모두 아침, 점심, 저녁을 제공한다. 저녁식사는 Appetizer, Main Course(First & Second), Dessert 가 나오는 Fine Dining이다. 매일 메뉴가 바뀐다. 밥 먹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코스타 크루즈는 천국이다. 다만 나는 보름 내내 서양음식을 먹는 것은 지루했다. 한국음식을 그렇게 밝히지 않는 편인데도 나중에는 김치찌개가 간절히 그리웠다.
레스토랑 중에는 별도로 돈을 내고 먹는 곳이 있다. 스시 레스토랑, 테판야끼 레스토랑이 그런 곳이었다. 스시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한 번 먹었는데 맛이 신통치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