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해보는 건 다 해보려는 사람이 나인 것 같다. 사실 나는 정반대 유형의 사람인데 어떤 부분에선 완전히 그런 사람이 되고 만다. 모닝페이지라는 것을 알게 된 후 한번 해보자 싶었다. 뭐 얼마나 좋길래 다들 좋다고 하는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의식의 흐름대로 3페이지 쓰기. 그나마 있는 글쓰기 시간을 허비해 버리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했지만, 막상 해보니 생각보다 결과물이 더 마음에 들어서 급속도로 재미가 붙고 있다. 이런 글이 매일 쌓인다고 생각하니 엄청 부자가 된 기분이다. 이제 겨우 3일째이지만. 오늘은 대략 이런 글을 썼다.
운동을 정말 오랜만에 했나 보다. 달리기를 하고 난 다음날 다리가 아픈 건 오랫동안 없던 일이다. 오늘은 달리기 어려울 것 같다. 산책으로 대체하고 복근 운동해야지.
어제는 결국 덕다이브 리뷰를 쓰지 못했다. 여기저기 계획이라고 반복해 쓰면서도 해내지 못하는 일이 있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이런 실망감들이 하나둘 모여서 나를 지독한 완벽주의자로 만들어간다. 완벽주의자란 허울 좋은 이름 안에 갇혀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대단한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서 어떤 일도 쉽게 실행하지 못한다. 실행 하나하나가 다 완벽해야 하니까. 나는 그런 완벽주의자가 되고 싶지 않다. 욕심을 내려놓는 노력을 매일 같이 하고 있다. 인간이니 실수할 수 있고, 사소한 실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사소하다. 맞춤법 한두 개가 틀렸다고 해서 며칠을 매달려온 글을 모조리 내릴 필요는 없는 일이다.
나는 나의 실수를 인정하고, 내가 언제라도 실수할 수 있는 인간임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시도보다 중요한 것을 결과물이다. 나는 이미 너무도 많은 시도를 해봤기에 그에 맞는 결과물을 갖고 싶다. 그것이 나라는 인간의 균형을 맞추는데 거의 필수적인 일처럼 느껴진다. 요즘의 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느라 분주하다.
오늘은 유튜브를 업로드할 것이다. 덕다이브 리뷰를 쓰고 바로 편집에 들어갈 것이다. 생각보다 편집이 어렵다. 하지만 어제도 해봤고, 이미 10분가량의 부분이 완성되었다. 어제는 색보정도 해봤다. 노 본스에 대한 정리 글도 빨리 썼다. 어제만큼의 분량을 더 만들어내면 오늘 업데이트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오늘은 꼭 해야지. 계획만 하고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지금 나의 최대 관심이 바로 이 유튜브이기도 하니까.
도전과제가 생긴 건 좋은 일인데 통 잠을 자지 못해서 힘들다. 아무래도 온종일 너무 많은 생각에 시달려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요즘은 어디서든, 심지어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에도 유튜브 생각을 한다. 머릿속의 타자를 눌러가며 소설을 썼던 것처럼 장면과 자막을 설정하고 한 컷 한 컷 이어 붙이려는데 정말이지 피곤하고 힘들다. 나의 기력을 나도 모르게 전부 소진하게 만들어서 결국 머릿속을 마비시키고 잠도 못 자게 한다. 하지만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알지 못한다. 잠잠해질 때까지 견디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는 게 나의 고질병이지만.
아무튼 요즘은 대체로 잠을 자지 못하고 있고 언제나 개운하지 못한 채로 잠에서 깬다. 기상시간을 당겨보려고 했는데 이래서는 아무래도 어려워 보인다. 아침에 글쓰기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려보려는 게 왜 이리 안 될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별 소용도 없을 것 같은 모닝페이지가, 얼마 있지도 않은 나의 글쓰기 시간을 허비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던 이 일이 내 예상보다 훌륭한 결과물을 아침마다 남겨준다는 것이다. 무의식적으로 그냥 되는 대로 일단 3페이지만 쓰라기에 정말 별생각 없이, 오로지 3페이지를 채우겠다는 목적 하나로 펜을 굴렸는데 다시 읽어봐도 좋을 이야기가 술술 채워지고 있다. 일기장도 다시 읽어보는 일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생소한 경험이다. 쓰기만 하고 읽지는 말라기에, 나도 읽지 않고 쓰자마자 덮기로 했는데, 나도 모르게 나온 내 이야기가 신기해서 자꾸 읽게 된다. 군데군데 눈을 돌리다가 한참 빠져들게 된다. 이래서 이걸 쓰는 건가. 자신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 일은 흔하지 않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생소함이 증명하듯이.
가을 햇살이 눈이 부시다. 창밖의 풍경이 너무 맑고 밝아서 내 마음에도 좋은 기운이, 유용한 에너지가 흘러들어오는 것 같다. 햇살이 좋으면 괜한 의욕이 솟는다. 글도 쓰고 싶고 운동하러 나가고 싶고 그런다. 가을 햇살이 보기와 달리 정말 따갑다는 걸 어제 달리기하며 절절하게 느꼈으면서도 저 태양 아래 걷고 싶은 충동이 인다. 나가자마자 후회하게 되겠지. 날에 비해 바람은 차다. 아무래도 가을은 내가 봄만큼이나 좋아하는 계절이어서 서늘한 이 바람의 온도도 나를 들뜨게 하기에 충분하지만 몸 관리에 예민한 때라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찬바람에 목이 잠기거나 또 감기가 들지는 않을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하체가 차지 않도록 실내에서 입는 옷에도 잘 신경 써야 한다. 아플 때마다 너무 많은 걸 잃는다. 병에 쉽게 지지 않도록 튼튼해져야 한다. 나를 열심히 보호해야 한다.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흥미 돋는 일을 겨우 또 찾았다. 지금은 즐기며 나아갈 때이다.
2022. 09. 20
일기를 쓰면 좋은 점 중 하나는 사람이 긍정적인 말로 맺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 억지로 써야 했던 일기 습관의 흔적인지, 내일은 더 잘해보자,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겠다 같은 말을 나도 모르게 쓰게 된다. 긍정적인 말을 자꾸 쓰면 긍정적인 방향으로 말과 행동이 바뀌어간다. 일기를 계속 쓰면 긍정적인 사람이 되어간다는 말과 같다. 식상한 얘기 같지만, 사실이다. 모닝페이지를 열심히 쓰던 때의 노트를 뒤적여보면, 이게 과연 내가 쓴 것이 맞는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패기 넘치는 글들이 많이 있다. 우울한 일기마저도 절망적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이 다수의 사람들이 주장하는 ‘모닝페이지의 힘’이라고 받아들였다. 왜 그렇게들 모닝페이지를 쓰라고 하는지 이해했고, 그들의 주장에 대부분 공감했다.
모닝페이지는 썼다 말았다를 반복하다가, 최근에 다시 열심히 쓰고 있다. 그런데 이번엔 블로그에 올린다. 본디 모닝페이지는 3페이지에 걸쳐 쉬지 않고 써 내려가는 ‘행위’로(모닝페이지는 쓰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 쓴 내용을 남에게 보여주지 말고 자신도 보지 말라고 권한다. 하지만 나는 그냥 공개한다. 타인이 볼 것을 염두에 두며 작성하는 글이기에 모닝페이지의 취지에서 벗어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 기대하는 성과가 있어서 일단은 계속해보기로 했다. (2024. 0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