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딕 챌린지 참가자 모집
최애돌이 생기다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내 생일이 껴 있어서 그런다는 우스갯소리조차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할 만큼 버겁고 고통스러웠다. 생일 전날 응급실에 들어가서 꼬박 날을 새웠다. 밤새 쉬지 않고 병실을 드나드는 환자와 의료진들 사이에서 아버지와 나는 가만히 인기척을 죽이고 있었다. 우리가 소란하면 불행에게 꼬투리가 잡힐 것 같았다. 다음날 오후 아버지의 수술을 마치고 나온 의사는 암이 재발했다며 성대를 모두 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생일에 그런 말을 들으면 사람은 소설을 쓸 수밖에 없다. 나의 탄생이 아버지의 죄 같았다. 내가 오늘 날짜에 태어나서 아버지가 몹쓸 병에 걸린 것만 같았다.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태어나더라도 오늘 날짜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바보 같은 생각인 줄 알면서도 그런 연상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스스로 한 생각에 스스로 목이 조였다. 자해 같은 하루들이 영원의 무게로 흘러갔다.
그 무렵 나는 눈앞에 들이밀어진 일들을 처리하는 데에 온 힘을 쏟고 있었다. 타협은 없었다. 해야 할 일이라면 곧바로 해치웠다. 군소리하지 않았다. 앓는 시늉도 내지 않았다.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않았다. 모두에게 친절했다. 내가 베푼 배려와 상냥함이 아버지에게 복으로 돌아올 거라고 믿었다. 나는 일곱 살이었고, 열두 살이었고, 때때로 아흔 살이었다. 아버지가 그리워하는 얼굴이라면 무엇이든 될 자신이 있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가족 중에 한 사람이 크게 아프면 그 안에서 선장이 자연스럽게 생겨요.”
어느 아침 방송에서 의사가 말했다.
“가족마다 한 명씩은 꼭 있어요. 총대를 메고 병실이고 진료실이고 앞서서 다른 가족들을 끌고 다녀요. 누가 시켜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저절로 그렇게 돼요. 본인이 그렇지 않나요?”
의사가 정면으로 앉은 가족 중 딸을 가리켜 물었을 때, 방송을 보고 있던 가족들은 짠 듯이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머 이 집에선 나인가 보네.”
웃으면서 넘겼지만, 별안간 어깨가 덜컥 내려앉던 기억. 가장의 무게를 그때 잠시 얹어보았던 것 같다.
성대 절제, 목소리 상실, 피부 이식, 튜브 피딩 등의 무시무시한 말들을 피해서 발을 내딛는 동안 나는 운전을 제외한 아버지의 거의 모든 일을 전담하게 되었다. 회사 일도 집안 일도 아버지의 병원 문제까지도 모두 내 몫이 되었다. 내가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우리 집은 물론이고 회사 직원들과 거래처까지 문제가 생겼기에, 언제나 긴장하고 있어야 했다. 아버지만 살릴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다짐했던 터라 내 삶이 어떤 모양으로 변해가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 인생 따위 어떤 모양이든 되라지. 다행히도 현재 내 모습이 부모님의 눈에는 썩 나빠 보이지 않는 듯했다. 그러면 됐다. 그런데 정말 그걸로 되었을까?
기계처럼 몸을 부리다가도 긴장이 탁 풀리는 순간이 왔다. 그럴 때면 침대에 모로 누워 숨을 골랐다. 언제 무슨 일로 또 불려 갈지 몰라 양말도 벗지 못한 채로, 침대 한가운데 삐죽 튀어나온 나뭇가지처럼 몸을 웅크리고 옆으로 누워 있으면 지금의 고단함을 모르던 때로 돌아간 것 같기도 했다. 고장 난 인형처럼 웃던 표정이 지워지고 갈증 난 사람처럼 스마트폰 액정을 엄지로 쓸었다. 뭐라도 좋아. 날 웃겨봐. 웃게 해 봐. 잠깐이라도 좋아. “진짜”로 웃게 만들어봐. 인간이 나오지 않는 영상이 좋았다. 살아 움직이는 인간은 존재 자체로 절절한 사연이었고, 나는 더 이상 누구의 사연에도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무지했기에 버추얼 아이돌에 눈을 돌릴 수도 있었다. 당시 나는 버추얼 아이돌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저 그들만이 나를 웃게 만들었기에 틈이 생길 때마다 자석처럼 찾아갔던 것뿐이다. 하루 중 일과에는 "충전"시간이라는 게 생겼다. 최소 30분에서 2시간은 그들로 채워야 했다. 그래야 나도 버틸 수 있었다. 어느 때보다도 숨 가쁘게 살고 있는 지금의 삶을 내 것이 아니라고 미루지 않고 힘주어 껴안을 수 있었다. 어느 날에는 이에 대해 편지도 썼다.
인간을 미워하는 마음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바꾸게 하는 좋아함.
십수 년만에 생긴 나의 최애돌은 그렇게 내 삶에 들어왔다. 다섯 명의 외계인들. 후뢰시맨이 되고 싶다고 밤마다 창밖을 내다보며 스타콘돌(우주선. 후뢰시맨이 지구에 올 때 타고 왔다)을 기다렸던 나에게는 제법 잘 어울리기까지 한 결론이다. 그때 내가 기다렸던 우주선이 그게 아니었나 봐, 지금도 종종 농담조로 말하며 최애의 포토카드를 쓰다듬는다.
최애가 생겼을 뿐인데
사람들은 자신의 최애를 어떻게 알아볼까? 어떤 분야에서건 1순위 정하기를 어려워하는 나로서는 어렵기만 하다. 오늘은 이 멤버가 좋고, 자고 일어나면 저 멤버가 좋아지는데 그런 멤버들이 다섯 명이나 있는데 어떻게 한 명이 제일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건지? 그래서 나는 내가 당연히 올팬인 줄 알았다. 두루두루 돌아가며 넓은 애정으로 품어주고 있다고. 그런데 어느 날 친구 B가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아니, 나나님은 예준이를 좋아해. 예준이가 나나님의 최애야.”
“나도 모르는 최애를 B님이 어떻게 알지?”
“나나님만 몰라. 우리 다 알아. 모를 수가 없어.”
사랑은 숨겨지지 않는다더니. 내 말투와 반응에서 이미 친구들은 나의 최애를 간파하고 있었다. 곰곰 생각해 보니 나도 그 무렵에는 스스로가 인지할 만큼 특정 멤버의 얘기를 노골적으로 많이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의 최애는 정해졌네!
“나도 이제 최애가 생겼어! 나도 나의 최애를 알아!”
2025년 5월 21일. 그날은 내가 나의 최애를 깨달은 날이자, 버블(아티스트와 메시지를 주고받는 서비스)에 가입한 날이기도 하다. 최애가 생기면 덕질이 더 촘촘하게 재미있어진다. 친구들이 이삿날 떡 돌리듯이 최애 떡밥을 챙겨주니까. 오며 가며 최애 떡밥을 안겨주고, 그런 김에 안부나 묻고 하는 정겨운 덕질 라이프가 하루하루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처럼 업무노트에 껴둔 최애의 사진을 찍어서 자랑하다가 뜻밖의 말을 듣고 말았던 것은.
최애 너는 왜 모비딕을 들고 사진을 찍어서……
그리하여 (갑자기),
모비딕 완독 챌린저 모집
친구의 말에 영감을 받아,
저의 최애 플레이브 남예준 군의 생일 달을 맞이하여 9월에 모비딕을 함께 읽겠습니다.
팬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모비딕 벼르고 계시던 분들 이참에 같이 읽어요!
- 기간 : 8월 25~9월 30일
- 참여도서 : 모비딕 (출판사 관계X, 인증시 장 단위로 표기해주세요)
- 참여방법 : 《최애의 모비딕》브런치북 연재글에 댓글 달기 (단순 인증도 OK!)
읽은 범위 적어주시면 다음 연재글 본문에 게시할게요! (진도사항 함께 체크해요. 동기부여!!)
책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실 땐 [모비딕]
덕질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실 땐 [예준아생일축하해!] 머리말 달아주세요.
- 참가비 : 없음
- 혜택 : 저와 함께 챌린지를 달려주신 분들께 소정의 상품을 드립니다. (진행자의 지갑을 털어가시오)
남예준 레드아이즈상 : 완독한 모비딕 가격에 상응하는 책선물 (완독+독서인증10회이상 중 추첨2명)
남예준 천상리더상 : 진행자가 고른 책 선물 (완독 못했지만 인증 5회이상 중 추첨 3명)
남예준 물만두상 : 아이스 아메리카노 쓴 거 쿠폰 10장 (참가하신 분들 중 댓글(독서 인증 아니어도ok) 3회이상 작성자 추첨
※ 모든 상은 중복수상 불가
※ 경품은 10월 추석 이후 발송합니다.
도서 인플루언서에게 최애가 생기면 최애가 들고 있던 책으로 챌린지를 한다. 계획에 없던 모비딕이 내 손에 떨어진 것은 그 때문이었다. 암만 봐도 나와는 극악의 상성을 자랑할 책인 것만 같은데, 과연 완독 할 수 있을지.
《최애의 모비딕》은 그 과정을 실시간으로 담을 예정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이 어디까지 자신을 끌고 갈 수 있는지 실험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좋겠다.
+)
저는 문학동네 일러스트판으로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