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이거나 폭풍이거나

by 나나

모비딕 챌린지 10회 차

기간 : 9월 22일~ 9월 24일

분량 : 115장까지 (문학동네 일러스트판 753쪽)

소감 : 머릿속엔 온통 티켓팅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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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평온”이라는 실과 “폭풍”이라는 실을 가로질러 뜨는 편물 같은 것이다. 바늘을 가로지르는 방향이나 실을 얽는 방식, 실을 당기는 강도 등에 따라 무늬가 달라지고, 우리는 그것을 피부처럼 입는다. 영원한 단벌신사. 단벌은 단 한 번으로 들리기 쉽고, 단 한 번은 망쳐선 안 될 것 같다. 그리하여 잘하려는 결심을 하는데, 잘하려는 결심만큼 일을 그르치는 것도 없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부처처럼 마음을 먹고 손에 힘을 푸는 것이 최선이다. “평온”이 걸리면 걸리는 대로, “폭풍”이 얽히면 얽히는 대로. 한 땀 한 땀 뜰 때마다 망쳤다는 패배감을 견디며 자신이라는 무늬를 완성해갈 수밖에 없다. 많은 나이를 먹고서야 “그렇게까지 엉망은 아니었어”라고 깨닫거나, 영영 깨닫지 못하게 될 딱 한 벌의 옷 만들기. 부정적인 감정은 덩치가 커서 오래 머무는 것처럼 보인다. 그 때문에 “평온”의 실을 뜰 차례에도 “폭풍”의 실을 끌어다가 쓴 건 아닌지, 뒤늦은 걱정이 든다.


그러나 삶은 또 만화경이기도 하다. 구멍에 눈을 대고 들여다보면 보이는 것이 곧 삶이라고 여긴다. 문제는 자신이 구멍을 들여다보고 있는 줄을 모른다는 것이다. 눈앞에서 동동 떠 있는 장면이 삶의 모든 면이 된다. 하나의 폭풍이 여섯 개로도 열두 개로도 보이는 저주 같은 마법에 걸린 지도 모른 채 자신이 망친 일과 자신을 다치게 한 일을 곱씹는다. 그런 사람에게 파멸은 얼마나 큰 파멸이 되는지.


피쿼드호의 대장장이인 퍼스라면 대답해 줄지도 모르겠다. 가진 모든 것을 잃고 비통하게 삶의 밑바닥을 헤매다가 바다로 나온 사내. 그에게 “바다”란 제때 찾아와 주지 않은 “죽음”과 같은 것이었다. 그 “죽음”“‘미지’의 낯선 영역”이었다. “죽지 않고도 또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초자연적 경이(739쪽)”, “목숨이 다하기 전에 죽어버리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될” “또 다른 삶(같은 페이지)”.


요컨대 죽음에게 선택받지 못한 퍼스는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인 삶을 버리고 고래잡이가 되었다. 산 채로 죽어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퍼스와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에이해브도 그에게 묻지 않았는가.


“대장장이 자네는 미치는 게 당연한데 왜 미치지 않는 거지? 어떻게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느냔 말이야? (741쪽)”


복수에 미쳐가는 에이해브는 자신이 모아 온 말발굽과 면도칼로 작살을 만들려고 한다. 같은 배에 타고 있어도 모두에게 같은 바다는 아닌 것이다. 누구에겐 도피처인 섬이 다른 이에겐 혈투의 전장이다. 우리는 평온과 폭풍이라는 실을 직조하며 사는 동시에 존재 자체로 평온이고 폭풍이 된다. 한 배를 타고 있다고 같은 시간을 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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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배를 탄 여러분 무탈하십니까? 저는 이제 마지막 연재분을 남겨두고 매우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제가 "완독 못해"병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제 완독이 눈앞에 보이니까 몸이 일을 하지 않는 상태로 접어든 것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책만 보면 눈이 감기고, 읽어도 잘 이해가 안 되고, 엉덩이가 별안간 의자에서 떨어지고, 하여간에 책을 읽지 않으려고 별별 짓을 다 하고 있는 겁니다. 맹세코 저의 의지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는 것을 밝혀둡니다.(저는 늘 완독 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고백하자면 이번 연재분은 1000자가 채 안 되는, 연재를 시작한 후로 가장 적은 분량인데, 이 글을 쓰는 동안 50번도 더 책상에서 벗어나고 딴짓을 하고 난리부르스를 쳤다는 말입니다. 이런 병도 나을 수 있는 거겠지요? 모쪼록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오늘은 대망의 앙콘 티켓팅날이었습니다. 다들 원하는 결과를 얻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저는 양일을 가게 되었습니다. 태어나보니 이런 일도 있더군요. 덕질은 정말이지 굉장한 것이었습니다.




이번 주 진도 체크


은윤슬 101장 오늘은 따라 잡혔을까요?


함께 달려주시는 은윤슬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는 곧 완독 할 수 있게 됩니다. 완독 후에도 찾아주시는 앞에서쏠린짜장면님. 제가 꼭 보은 하겠습니다. 무한한 응원을 보내주시는 콩딘님. 최근 연재 시작하셨던데 저도 응원 무겁게 들고 곧 찾아가겠습니다.


덕분에 이번 화도 마감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