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의 문제행동 5단계의 현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철학적인 질문이 아닌 이상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 대답할 것이다. 그럼 우리 청소년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학교, 학원은 민주주의인가? 이것은 철학적인 접근이 아니더라도 조금의 고민이 필요한 질문이 된다.
책 <미움받을 용기 2>에서 철학자와 청년은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철학자는 교실을 하나의 국가로 바라본다면 결국 현재의 교실은 독재국가라고 주장한다. 교실을 국가라 한다면 선생님은 지도자라 할 수 있고 학생은 국민이 될 것이다. 교실이라는 국가에서 국민인 학생은 선생님을 지도자로 뽑은 것이 아니니 결국 독재국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이론적으로는 확실히 독재 교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현실적인 부분도 그렇다. 교실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규칙들이 어떤 기준으로 만들어지는지 질문해보면 된다. 지각, 벌칙, 상벌 제도 등 누구를 위해서 만들어졌는가? 결국 지도자 기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그럼 독재 교실에서는 어떤 일어나는가? 아마도 대부분이 권력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문제행동 5단계가 발생할 수 있다.
문제행동 5단계
문제행동 1 칭찬 욕구
문제행동 2 문제아
문제행동 3 권력투쟁
문제행동 4 복수
문제행동 5 무능의 증명
문제행동 5단계를 간단히 이야기해보자면 이렇다. 먼저 권력자의 측근이 되기 위해서 칭찬을 요구한다. 그것이 잘 안 되면 문제를 만들어서라도 관심을 받으려고 한다. 이 두 가지 단계가 안 된다면 투쟁해서라도 권력을 얻으려 한다. 그리고 복수의 단계, 무능의 증명 단계를 거치게 된다. 단계별 자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미움받을 용기 2>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여기에서는 내가 현실적으로 경험한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교육 회사를 다니며 외부강사의 자격으로 학교에서 강의 및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전국에 있는 학교에 다니며 학교의 분위기를 많이 보았다.
초등학교에서는 대부분 문제행동 1단계와 2단계를 목격할 수 있다. 새로운 사람에게 칭찬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이 있고 가끔 문제를 만들어 관심을 받고자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리고 중학교에서는 문제행동 3단계 학생들을 볼 수 있었다. 강사인 나의 수업의 주도권을 빼앗으려는 학생이 종종 있다.
고등학교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존재한다. 1단계부터 5단계까지 다양하다. 특히 특성화고의 강의를 하면 문제행동 3~5단계의 학생들을 많이 목격할 수 있다. 특히 문제행동 5단계 무능의 증명 단계에 있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고등학생 자소서 첨삭을 도와줄 때도 그랬다. 자신의 장점은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자신의 무능을 증명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학원의 경우 학교보다 더 독재적인 운영이 된다. 수업의 목적은 단 한 가지다. 진도를 나가는 것. 그 목적에 따라 원칙이 정해진다. 개념 설명이 끝내고 개념에 대해 이해 안 되는 사람 질문하라고 하면 누가 질문할 수 있겠는가? 한두 번은 질문을 받아줄 수 있지만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진도를 나가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가 된다. 즉 눈치를 보게 되고 결국 질문을 하지 않게 된다.
그나마 가정에서 독재적인 운영이 아닌 민주적인 대우를 받는다면 문제행동 5단계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가정에서도 학부모의 독단적인 결정에 학생의 주도권을 갖지 못한다면 초등학생을 거쳐 중학생, 고등학생이 될 때 결국 무기력한 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학교, 학원을 비난할 수 있는가? 학교, 학원이 독재국가가 된 것에 대해서 비난하는 대신 가정이 독재국가로 운영되고 있는지 먼저 질문해보길 권한다. 내가 우리 가족을 평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있는지 아니면 내가 가진 권력으로 그들의 권리를 무시하고 있지는 않는지 질문해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바라고자 하는 모습은 가정에서 경쟁이 아닌 공동체가 하나의 목표를 갖고 나아가는 것. 자신의 존재로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그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면 학교 학원이 아무리 독재국가로 운영된다고 하여도 그곳에서 독립적이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꼭 이것을 말하고 싶다. 학교 진로 강의를 하면서 만난 친구들 중 신뢰를 만들기 가장 어려운 친구들은 반항하는 친구들이 아니다. 5단계 무능력의 증명 단계에 있는 학생들이 가장 힘들다. 이 친구들은 무엇을 하든 특별한 반응이 없다. 자신에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시키는 건 하겠다. 다만 내 능력이 안 되는 일은 할 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고 도전하지 않는다. 이 친구들은 단기간에 회복되기 힘들다. 가장 좋은 것은 5단계가 되지 않도록 막는 길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