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니 Mar 15. 2020

행복할 수 있을까?

시험지 밖에 있는 문제

'가장 힘든 시기에 진짜 내 사람을 알게 된다.'는 말이 있다. 어릴 적엔 딱히 별생각 없이 흘려들었던 말인데, 요즘은 이 말이 맞는 것 같다며 무릎을 탁! 치곤 한다.    

 

나를 알기 위해서, 자존감을 향상하기 위해서 시작한 유튜브와 브런치 작가 활동으로 주변 지인들은 나를 좀 새롭게 보는 듯했다. 내 성격이 보이기로는 워낙 밝고 긍정적이라 상상해보지 못한 모습이었을 거다. 몇몇 지인들은 낱낱이 공개하는 내 진심들에 조심스럽게 다가와주었다. 이를테면

     

"인희야, 그동안 많이 힘들었구나. 몰라봤어. 힘든 시기 이겨낼 수 있길 응원해. 파이팅!"    

 

또 한 번은 고등학교 이후로 연락을 하지 않던 친구가 페이스북 메시지를 보내왔다.      


"고등학교 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고 언제나 밝고 긍정적인 너였는데, 며칠 전부터 우울한 모습들에 걱정이 되었어. 유튜브 보면서 공감되는 부분도 있고 지켜보면서 응원하고 있을게."   

  

작은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큰 용기와 위로를 주었다. 이후에 사람들은 내게 직접 만남을 요청하기도 했다.      


"커피 사줄게요. 커피 한 잔 할까요?"    


그렇게 따듯한 커피 한잔을 손에 쥐고서 오랜만에 사람들과 진중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게 만남을 요구해준 지인들은 모두들 나와 같은 생각, 고민을 깊게 해 봤던 경험이 있었다. 또한 이러한 고민과 우울함이 전혀 이상할 게 없다고 나를 북돋아 주었다. 오히려 그들은 내게 지금 잘하고 있다고 했다. 그 말들은 나를 조금은 안심하게 했다.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그중 유난히 내게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곧 퇴사를 한다는 말을  들은 지인들의 대답이다.     


"빈말이 아니라 혹여나 나중에 밥 먹을 사람도 없고, 밥 먹을 돈도 없을 때가 되면 부담 갖지 말고 연락해요. 고기 먹어요."    

 

내가 백수가 되고, 빈털터리가 된다 하여도 옆에 있어 주겠다는 말로 들렸다. 아무것 없어도 옆에 있기를 허용한다는 그 표현이 내게 큰 감동을 주었다. 사람에게 상처 받고 사람으로 치유를 받는 순간이었다.    

 

글에 다 담지 못하지만 많은 이들이 위로의 말과 관심을 건넸다. 비록 매일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는 말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4년 전, 오늘과 비슷하게 삶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 그때는 지인들에게 “힘들다.”라는 말도 굳이 꺼내지 않았는데 친한 친구에겐 티가 났던 건지 친구는 어느 날부터 ‘더 나은 인희를 위해’라는 파일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좋은 말과 진심 어린 조언을 꾸준히 업로드해주었다. 거주하는 지역이 달라 자주 만날 수 없었지만 친구는 글 속에 언제나

‘오늘은 어디에 갔는데 네가 생각났어.’,

‘오늘은 너와 함께하고 싶었던 날이야.’

같은 말들을 꼭 써주었고 좋은 글귀도 남겼다. 그 글들이 쌓여 어느덧 60개 정도 모였을 때 친구에게 물다.     


“귀찮았을 텐데 긴 글과 글귀는 왜 매일 올렸던 거야?”  

   

“아니면 내 친구가 죽을 거 같았거든. 자칫하면 내 친구가 죽을 것 같은데 이거라도 해야겠다 싶더라고.”    

 

결국 내 친구는 4년 전 나를 살렸다고 해도 무방하다.     


나는 죽고 싶지만 죽을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다. 어차피 꾸역꾸역 살아갈 인생이라면 더욱더 짙어지는 내 사람들과 행복하게 앞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앞으로 더 행복할 수 있다."    

작가의 이전글 나를 위한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