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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 Jun 24. 2020

생일만큼은 주인공이 되고 싶어요.

Happy birthday to me.

나는 항상 주목받고 싶었다. 그 누구도 나에게 관심 없는 것 같았다.

주목받는 친구들은 대부분 활발한 성격을 가지거나, 부유하거나, 똑똑했다. 하지만 나는 그 무엇에도 속하지 않은 평범한 아이였다. 오히려 가난한 집안 환경과 소심한 성격 때문에 평범한 친구들보다 더 존재감이 없었을 것이다.     


고작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이었지만 사람들이 나를 가엾게 생각하고 때로는 무시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때부터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언어로만 표현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당시 인기 있는 친구들은 생일파티를 성대하게 열곤 했다. 생일 일주일 전부터 초대장을 만들어 나눠줬고, 햄버거 가게에 20명이 넘는 친구들을 초대해 생일을 축하받았다. 그곳에서 나는 햄버거를 한입 베어 물며 열등감을 함께 삼켜냈다. 무척이나 부러웠다.     


집으로 돌아와 2주 후 있을 내 생일을 상상해봤다.      


‘나도 내 생일에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넉넉지 못한 집안 환경에 생일파티를 요구하면 엄마가 힘들어하진 않을지,

소심한 내 성격에 친구들이 많이 와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다양한 걱정과 두려움이 휘몰아쳤다.    

 

조심스럽게 엄마에게 말을 꺼냈다.    


“엄마, 나도 생일파티해도 돼?”     


엄마는 슬픈 눈동자를 비추며 말했다.     


“당연히 해도 되지.”     


비용 부담이 커서 햄버거 가게 예약은 못 했지만,

생일을 위해 초대장도 만들고 케이크, 과자, 치킨 등 다양한 요리와 함께할 수 있도록 생일을 준비해나갔다.     


학교에서는 처음으로 친하지 않은 친구들에게도 초대장을 건넸다. 이번 계기로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겠다는 기대감을 품으면서 생일을 기다렸다.     


내일이면 생일이다.

과연 몇 명이나 올지, 아무도 오지 않으면 어떡하나 걱정하며 잠들었다.     


이른 아침 창문이 거세게 흔들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다급히 베란다로 달려갔다.

그칠 줄 모르는 강한 비와 강풍, 불행하게도 태풍이 찾아와 동네가 쑥대밭이 되어있었다.


불안한 마음에 심장이 콩닥콩닥 빠르게 뛰었다.      


초대장에 적어놓은 장소로 가보았지만 오래도록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약속 시간이 10분, 20분 지날 때마다 분수에 맞지 않게 너무 큰 기대와 욕심을 냈다고 생각했다. ‘정말 태풍 때문일까?’ 그 의심 섞인 의문이 나를 더 외롭고 아프게 했다.    

 

지난 일주일간 함께 기대하며 준비해준 엄마에게 미안했다. 혹여나 내가 우울해하면 엄마가 더 가슴 아파할 것 같아서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했다. 준비한 생일상이 무색하게 조촐한 생일파티를 보냈다.     


모두가 잠든 밤, 나는 이불을 덮어쓴 채 아무도 모르게 흐느꼈다. 꾹 참아오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오늘 내린 비보다 더 많은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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