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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맑음 May 02. 2020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

단 한순간도,

그대 손에서 왜 반지가 없어졌는지 묻지 못했습니다. 그대의 눈이 부어 보였습니다. 왜인지 묻지 못했습니다. 그대의 정신없어 보이는 모습에 신경이 쓰였습니다. 하지만 왜인지 묻지 못했습니다. 아파 보이는 그대의 모습에 속이 상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유를 묻지 못했습니다.


혹시 모를, 그대에게 일어났을 여러 가능성을 생각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저 손을 씻다가 반지를 빼버렸을 가능성을. 그대의 눈치를 살펴봅니다. 나도 모를 조그마한 기대가 어딘가에서 생겨나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생겨나버린 나의 기대가 무서워 흠칫 놀라버립니다.


그대를 위로하고 싶어, 마음껏 울어버리라고 어깨를 다독이고 싶어, 괜찮다고 손 잡아주고 싶어 그대를 향해 마음을 뻗어봅니다. 그대의 옆에서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괜한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대를 위로하고 싶은 욕심이. 그대에게 어깨를 내어주고 싶은 욕심이. 내가 조금 더 괜찮은 상황이었다면,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었다면. 아파하는 그대에게 손 내밀 수 있었을까요.


그대 앞에 나설 수 없는 내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집니다. 혹여나 그대 삶에 불청객이 되어버릴까 두려워졌습니다. 불편한 존재가 되어버릴까 두려워졌습니다. 그대를 향해 뻗었던 마음을 다시 거둬들입니다. 나는 끝까지 그저 그대의 인생에, 흔적도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남기를 택하겠죠.


내가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된다면, 그대 앞에 나설 수 있을까요.


그대를 볼 수 있는 날이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그대를 향한 마음이 커져갑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그대를 지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울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좋아한 그대. 나에게 소중한 그대. 그대의 길에 꽃길이 있기를 기도하겠습니다.



※ 이야기 요소를 가미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애써 감정을 극대화했습니다. 이야기로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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