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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Jul 09. 2023

06. 홈런볼

당신에게 들려주고픈 노래가 있다.


첫 번째 곡은 벤 E. 킹의 ‘스탠 바이 미’(Stand by me). 킹은 이 곡을 작곡할 당시 인생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소속된 밴드와 분쟁으로 헤어진 상태였고, 로열티를 받지도 못했다. 음악가의 길을 계속 가야할지, 레스토랑에서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때, 킹은 찰스 앨버트 틴들리의 복음성가 'Stand by me'를 듣고 영감을 얻어 자신만의 곡을 완성했다. 1961년이었다.


‘우리 위에 저 하늘이 요동치고 무너져 내려도/ 저 산이 부서져 바다로 쏟아진다 해도/ 난 울지 않을 거야. 울지 않아. 눈물은 흘리지 않을 거야/ 당신이 내 곁에 있어 준다면’


성경 <시편> 내용을 일부 담고 있는 ‘스탠 바이 미’는 지금까지 수많은 아티스트가 커버(재편곡)하는 대표적인 곡이다. 지치고 낙담될 때 이 노래를 들으며 힘을 내기 바란다.


다음 곡은 집시 킹스의 ‘볼라레’(Volare). 원래는 1958년 이탈리아 가수 도메니코 모두뇨가 발표한 곡이다. 원곡 제목은 ‘넬 블루, 디핀또 디 블루’(Nel blu, dipinto di blu). 1989년 7인조 밴드인 집시 킹스가 커버한 버전이 유명하다. 후렴구를 함께 불러보자.


‘볼라레(날아보자), 오 오/ 깐따레(노래하자), 오오오 오/ 넬 블루, 디핀또 디 블루(파랗게 물든 푸르름 속에서)/ 펠리체 디 스따레 라쑤(그곳에 있는 건 행복해)’


당신 앞에 놓인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가? 그럴 때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면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 나는 usb에 좋아하는 음악을 담아 운전할 때 들으며 따라 부른다. 어느 날 후배를 차에 태우고 가는데 ‘볼라레’가 흘러나오자 가만히 듣다가 말했다. “아니, 대체 뭐라 말하는 거예요? 주문을 외우는 건가?” 참고로 그 친구가 즐겨 듣는 음악은 푸에르토리코 출신 루나이(Lunay)의 곡들이다. 그런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마지막 곡은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1994년 디즈니에서 개봉한 <라이온 킹> 삽입곡으로 팀 라이스가 작사, 엘튼 존이 작곡했다. 프라이드 랜드의 왕 사자 무파사에겐 아들 심바가 있다. 그러나 왕의 동생 스카의 음모로 왕은 죽게 되고, 심바는 왕국에서 쫓겨난다. 절망하고 있던 심바에게 미어캣 티몬과 멧돼지 품바가 다가가 이 노래를 부르며 격려한다. 걱정은 접어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다 잘 될 거라고.


‘하쿠나 마타타!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하쿠나 마타타! 잠깐 유행할 말은 아니지/ 이 말은 죽을 때까지/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지/ 이건 우리의 걱정 타파 철학이라네.’


‘하쿠나 마타타’는 스와힐리어로 직역하면 ‘문제없어. 걱정 없어. 모든 게 잘될거야.’ 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올해도 절망한 당신에게 빌어주고 싶다. 하쿠나 마타타! 


이제 고백해야겠다. 위의 세 곡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아닌, ‘한화 이글스 팬 여러분’에게 바치는 곡이다. 대한민국의 프로야구 리그인 KBO리그는 10개의 구단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그 중 하나인 한화 이글스는 대전광역시가 연고지다. 대전에서 태어난 남편은 태생적으로 한화 팬이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2022년 한화 이글스는 3년 연속 리그 순위 최하위를 기록했지만, 남편은 이글스라 행복하다며 응원가를 부른다. 한화 팬들이여 다시 한 번 힘을 내길 바란다. KBO리그에 한화 이글스가 있다면, 과자 리그에는 홈런볼이 있다.


1981년 해태에서 만든 홈런볼은 미니 슈 안에 초콜렛을 넣은 과자다. ‘홈런볼’이란 명칭은 야구 경기에서 타자가 홈런을 친 야구공을 의미하기에, 몇몇 투수들은 과자 홈런볼을 입에도 대지 않는다고 한다. 일종의 징크스라고 할까. 하지만 투수도 타자도 아닌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과자가 바로 홈런볼이다. 슬프게도 양에 비해 가격이 비싸서 살까 말까 고민하다 돌아설 때가 더 많다. 쵸코하임이 부잣집 얘들이나 먹는 과자라고 하는데, 홈런볼도 만만치 않다. 남편은 언젠가 로또가 당첨되면 홈런볼을 마음껏 사먹겠다고 고백했다. 그 바램이 이뤄지려면 우선 로또부터 사는 게 순서상 맞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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