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식의 기쁨

by 유자와 모과

국내를 여행할 땐 숙박에 조식을 포함시키지 않는다. 대부분 아는 음식이고 아는 맛이다.

전날 여행지를 둘러보다가 구매한 빵, 떡, 과일 등을 다음날 아침으로 먹는다.

우리는 전문 여행가답게?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작은 여행 꾸러미를 만들어 놓았다.


하나는 화장품 가방이다.

비누, 치약, 칫솔, 치실, 썬크림, 빗, 머리끈, 샴푸, 로션이 들어있다.

숙소에 있는 일회용품을 쓰는 것보다 평소 우리가 쓰는 걸 가져가는 게 마음 편하다.

다른 하나는 음료 가방이다.

접이용 전기포트(숙소가 좋아도 깨끗한 전기포트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미니 그라인더, 실리콘 드리퍼, 텀블러, 원두 통, 포크, 접이식 칼이 들어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전기포트에 물을 끓여 따뜻한 물 한잔을 마신다.

전날 구입한 빵과 과일을 꺼내고, 집에서 담아온 원두콩을 그라인더에 넣어 곱게 간 후 커피를 내린다.

모과와 테이블에 마주앉아 커피와 빵을 먹으며 오늘은 어디로 갈지 지도를 살핀다.

여행 하며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 바로 그때다.


해외에서는 숙박을 예약할 때 조식을 포함시키거나 돈을 내고 먹는 경우가 많다.

그 나라 혹은 그 도시만의 음식이나 특산물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집에서는 과일만으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기에, 여행을 떠나면 몸 생각하지 않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

버터와 잼을 듬뿍 바른 식빵과 크루와상을 먹고 커피와 차를 마신다.

바삭하게 구워진 베이컨과 몽글몽글한 스크램블, 이름 모를 나물 반찬과 가지각색의 튀김을 먹는다.

한 끼 한 끼가 소중하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조식들이 있다.


이스탄불에 처음 도착한 날이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는 이스탄불 역에서 멀지 않았지만 꼬불꼬불한 언덕을 한참 내려가야 했다.

숙소는 5층 정도로 아담했고 호텔이라기보다는 삼 대가 한 지붕 아래 함께 사는 집처럼 느껴졌다.

배정되었던 숙소는 1층이었다.

방 안은 어두컴컴했고 TV는 고장이 났는지 흑백이었다.

다음날 아침 조식을 먹으러 계단을 올라갔다. 식당은 몇 층에 있는 걸까 궁금해 하며 계단을 올랐다.

계단 끝까지 올라가자 옥상이 나왔다.

작은 옥상에는 식탁과 의자가 옹기종기 놓여 있었다.

한쪽에는 알록달록한 넓은 식탁보가 펼쳐졌고 그 위에 음식들이 있었다.


옥상에서 조식을 먹는다고? 비가 오면?

뜻밖의 풍경에 놀랐지만 우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음식을 담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옥상에서 보니 보스포러스 바다가 코앞이었다.

햇살이 반짝이고 바닷물도 반짝였다.

가짓수는 적었지만 음식 하나하나가 맛있었다.

바다는 투명해 보였다.

피부에 닿는 온도는 쾌적했고 바람은 살랑거렸다.

우리는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한 가족인 양 가까이 모여앉아 음식을 나눴다. 다정한 풍경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맛보았던 조식도 잊을 수 없다.

물가가 워낙 저렴했기에 5성급 호텔을 예약했다.

조식 포함한 가격이 10만원 초반이었다.

쉐라톤에서 머물렀는데 화장실이 우리 집 침실보다 넓었다.


“자기야, 신혼여행 때 잤던 호텔보다 여기가 더 좋은 거 같아.”

커피포트 옆에 놓인 차는 흔한 홍차 티백이 아닌 TWG 티였다.

“자기야, 여기서 살고 싶어.”


침대는 어찌나 광활한지 이쪽 끝에서 누워 뒹굴 뒹굴 뒹굴 뒹굴 굴러가도 저쪽 끝이 닿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우리는 재빨리 일어나 조식을 먹으러 달려갔다.

식당은 1층에 있었는데 커다란 창문으로 은은하게 햇빛이 들어왔다.

잠깐, 그런데 이거 조식 맞아? 석식 아닐까?

음식 종류가 엄청났다.

요리가 담긴 둥그런 은빛 통들과 식기는 우아함을 더했다.


진짜 공짜야? 숙박비에 포함되어 있는 거 맞아?

모과는 잠시 서서 숙박 내역을 확인했다.

조식은 숙박비에 포함이었다.

우리는 먹고 또 먹었다.

스프부터 튀김까지 세상의 모든 음식이 그곳에 있었다.


영자신문도 다섯 종류가 넘게 비치되어 있었다.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조식이야.

나는 신문을 읽으며 느긋하게 커피를 마셨고 모과는 신문에 실린 스도쿠를 풀며 주스를 마셨다.

우리 그냥 여기서 하루 종일 있을까?

2시간 동안 아침을 먹었다.


나가려는데 입구에 놓인 쇼트 케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잠깐, 이건 또 뭐지?

옆으로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든 유리 진열대 안에는 두툼한 샌드위치가 종류별로 놓여 있었다.

이건 무료일까? 바빠서 조식을 먹지 못한 사람에게만 제공되는 걸까?

진열대 앞에는 어떤 안내사항도 적혀 있지 않았다.

오늘은 배가 많이 부르니 그냥 가고 내일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진지한 관찰 끝에 진열대에 놓인 샌드위치도 마음껏 가져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가며 우리는 자연스럽게 진열대를 연 후 샌드위치 두 개를 꺼내 가방에 넣었다.

신혼여행을 여기로 올걸 그랬어.


크루즈를 타면 삼시 세끼 식사는 물론 카페테리아에서 피자, 핫도그, 아이스크림도 마음껏 먹을 수 있다고 한다.

24시간 룸 서비스도 무료란다. 믿기지 않는다. 확인해 봐야지.

사실이라면, 앞으로 여행은 크루즈로만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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