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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Jul 15. 2024

나만의 개성 찾기

대학원에 다닐 때 어려웠던 부분이 있습니다. 

리포트와 논문을 쓸 때 학술용어를 사용해 문장을 만들어야 하는데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시에는 시적 언어가 있고 산문에는 산문에 어울리는 언어가 있습니다. 

영문과 대학원생이라면 그 분야의 전문용어로 글을 쓸 수 있어야 합니다. 

함께 수업을 듣던 학우들은 학술적 문학 용어를 자유자재로 활용했습니다. 

저는 어려운 말로 글을 쓰는 게 어색했습니다. 


학문세계에서 사용하는 특정 단어는 역사적 맥락과 함축된 의미가 있습니다. 

응축된 전문 용어로 논의를 진행하면 정확하게 주제를 얘기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단어들을 마주할 때마다 쉬운 말로 풀고 싶은 욕구를 느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제 성향을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고급스러운 문장을 구사하기는 글렀구나. 이해도 안 되는 단어를 아는 척 가져다 쓸 재주도 없는데 이를 어쩌지. 쉬운 단어로 써야겠다. 어려운 단어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풀어 쓰자.’ 

문체에 대해 고민한 후 한계를 인정하고 나니 글쓰기가 쉬워졌습니다.


창조를 하다보면 욕심이 생깁니다. 

남들에게 좀 더 그럴듯하게 보이고 싶은 마음, 살짝 부풀려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마블러스 미스 메이슬>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습니다. 

드라마 배경은 1950년대. 남성에 비해 여성 지위가 낮고 여성 코미디언은 거의 전무하던 시대였습니다. 

메이슬 이라는 유대인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그녀가 편견을 이겨내고 최고의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시즌 1 초반에 허름한 스탠드업 코미디 바에서 일하던 매니저가 메이슬 재능을 알아봅니다. 

매니저는 메이슬에게 코미디언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녀는 자질이 없다며 거부합니다. 

그때 매니저가 말합니다. 

“아니야. 다른 사람들은 남의 이야기를 베낄 뿐이지만 너는 너의 이야기를 하거든.” 


맞습니다. 창조가 중요한 이유는 각기 풀어내는 방식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나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시시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것이 바로 개성이 됩니다. 

아주 작은 나만의 색깔이 있다면 충분합니다. 

어설프더라도 내가 창조한 건 세상에서 유일한 작품이 됩니다. 

작품이 너무 과감하거나 주장이 강하면 부정적인 반응을 얻을까봐 미리 자기 검열을 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남들이 비난할거야. 두려워하지 마세요. 

부정적인 반응이 무반응보다 낫습니다. 


 앙리 루소는 파리 세관원으로 일하면서 마흔 넘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기에 그의 작품에는 공간감이 없고 명암도 부족합니다. 

동물과 사람 형태도 어색합니다. 

평론가들은 어린애가 그린 것 같은 루소 그림을 보며 조롱하고 무시했습니다. 

전통적인 아카데미 교육 체계를 벗어난 그의 그림이 다른 예술가와는 너무 달랐기에 이상하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원시적이고 거침없는 묘사는 그만의 스타일이 되어 갑니다. 

루소는 소묘 실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기본적인 원근법과 색채도 몰랐습니다. 

그는 그것을 감추며 주저하기 보다는 붓을 들고 자신이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당대의 많은 사람들이 그를 기인이라 여겼습니다. 

정작 루소는 자신이 위대한 화가라고 진심으로 믿었다고 합니다. 

그 결과 그는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는 자신만의 세계를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나만의 창조적 언어를 찾고 나만의 표현을 가지려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현재 내가 속해 있는 세계의 분위기를 나만의 느낌으로 표현해 보세요. 

이 시대의 정신을 내 방식대로 풀어보세요. 

서툴러도 괜찮습니다. 

현재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조금씩 다듬으며 창조를 지속하면 됩니다. 

이미 앞서간 사람을 부러워하거나 비교해봤자 내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은 하나도 없습니다. 

참신함은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할 때 생겨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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