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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Jul 08. 2024

함께하면 시너지가 발생한다

책을 읽다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우울한 이유는 자기 자신과 환경에 대한 기준점이 너무 높기 때문이래. 난 기준점이 낮아서 매일 행복한가봐.” 

남편이 대답했습니다. 

“난 아몬드를 먹어야 할까봐.” 


그 말에 웃음이 터져 나왔는데요. 남편이 말하려는 의도를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남편은 <아몬드>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 윤재는 어릴 때부터 슬프거나 기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로 나옵니다. 

인간 뇌에는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있습니다. 

편도체는 아몬드를 닮았습니다. 

의사는 아이가 남들보다 편도체 크기가 작다며 알렉시티마 라는 병명으로 진단을 내립니다. 


그때부터 엄마는 윤재의 편도체를 키우기 위해 온갖 종류의 아몬드를 먹이기 시작합니다. 

아몬드를 먹으면 윤재 머릿속에 있는 편도체도 커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서요. 

남편은 제가 행복하다는 말을 듣고 자신은 행복도 불행도 잘 느끼지 못한다는 걸 에둘러 표현한 것입니다. 

둘 다 같은 소설을 읽었기에 대화가 통한 거지요. 


 남편에게 책은 곧 수면제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저와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기에 졸면서도 책을 읽습니다. 

반면 저는 가만히 앉아 스케치북 위에 쌀알만한 벽돌을 수없이 쌓아가며 그림을 그릴 인내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수채 물감이나 스케치북을 고를 때 함께 살펴보고 종이 재질을 비교하며 어떤 게 좋을지 고민합니다. 

남편이 오늘 기분은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번트시에나(갈색 계열)에 세피아(흑갈색)를 섞은 기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제 대답은 그에게 즐거움을 주고 저도 농담을 나눌 수 있어 기쁨을 느낍니다.


남편은 논리적으로 사고합니다. 

제가 책을 쓰려 할 때 주제를 추천하고 질문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의문을 제기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남편 의견을 참고해 목차를 수정하고 배치를 바꾸고 글의 방향을 점검합니다. 

반대로 저는 미술품 감상을 좋아합니다. 

남편이 그림을 완성하면 저는 어느 부분이 마음에 들고 어디를 수정하면 좋을지 의견을 제시합니다. 

서로의 작품 세계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관심을 가지려 노력합니다. 

서로 응원하고 칭찬하면서 각자의 작품을 만들어 갑니다. 


창조 작업은 본질적으로 고독을 동반합니다. 

홀로 짊어져야 하지만 그 길이 고되기에 의지하며 나아갈 동료가 필요합니다. 

여럿도 필요 없습니다. 한 사람만 있으면 됩니다. 

<반지의 제왕>의 저자 J.R.R. 톨킨은 집필 도중 몇 번이나 자신감을 잃고 그만두려 하였습니다. 

다행이 그에게는 친구 C.S. 루이스가 있었지요. 

루이스는 톨킨이 프로젝트를 완성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용기를 불어넣으며 격려했습니다. 


루이스는 톨킨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 하고 관심을 보였습니다. 

<탁월한 인생을 만드는 법>에 따르면 1954년 톨킨은 책을 출간한 후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에게 갚기 어려운 빚을 졌는데 그것은 바로 한없는 격려이다. 오랫동안 그는 나의 유일한 독자였다. 순전히 그 친구 덕분에 내 “허튼소리”가 개인적 취미로 끝나지 않을 수 있었다.‘


 누군가 내 작품을 보고 멋지다고 하는 순간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건 좀 별로인데 말하는 순간 자신감이 흔들립니다. 

곁에 있는 사람이 창조 행위를 비난하거나 작품에 부정적인 피드백만 준다면 그와는 거리를 두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정신력은 그만큼 강하지 않습니다. 

내 작품이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있다면 친구가 비아냥거려도 신경 쓰지 않겠지만 우리 창조물은 아직 부화되지 않았거나 방금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 같은 상태입니다.


어느 정도 자랄 때까지는 따뜻한 햇볕을 비춰 주고 먹이를 주며 조심조심 키워가야 합니다. 

내 작품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느리게 가더라도, 가끔은 멈춰 서더라도 그를 생각해서라도 다시 힘을 냅니다. 

그 한사람을 찾아보세요. 

내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합니다. 

나 역시 그에게 밝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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