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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자와 모과 Jul 01. 2024

시간 확보를 위한 시스템 구축하기

대구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을 당시 부모님은 통영에 살고 계셨습니다. 

대구에서 통영까지는 버스로 5시간 넘게 걸립니다. 일 년에 몇 번 부모님 댁을 방문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어느 금요일 밤, 엄마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방금 요리를 하다 손가락을 깊숙이 베었답니다. 

내일 교회에서 음식을 해야 하는데 혹시 도와줄 수 있는지 부탁 하더군요. 

저는 그 먼 곳까지 언제 가냐고, 주말에라도 푹 쉬어야 하는데 꼭 가야 되냐며 짜증을 냈습니다. 

엄마는 미안해하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잠시 후 엄마는 다시 전화를 걸어 다른 분이 도와주시기로 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 사건이 떠오를 때마다 후회합니다. 엄마가 집에 와달라고 부탁한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20대인 제가 몸이 피곤하다는 이유로 거절해버린 것이지요. 

엄마가 손을 다치기까지 했는데 말입니다. 

그 일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양가 부모님이 전화로 무언가를 부탁하면 하던 일을 모두 제쳐놓고 그 일부터 처리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부모님을 우선에 둡니다. 병원을 예약하고, 은행 일을 처리하고, 상품을 주문하고, 핸드폰을 점검해 드리고, 필요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찾아봅니다. 


 인생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수많은 역할이 있습니다. 

저는 작가, 아내, 딸, 며느리, 교회 유년부 교사 역할을 수행 중입니다. 

하루는 24시간이고 창조활동은 끝이 없기에 시간을 잘 분배해야 합니다. 

이때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해놓으면 마음의 갈등이 적어집니다. 

저는 작가지만 아내이자 주부로서 살림 꾸리는 일을 소홀히 하고 싶지 않습니다. 

반찬 만들고 청소 하고 장 보고 생필품 사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줄이기 위해 궁리합니다. 

글 쓰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은 더 중요합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 부모님 댁을 방문해 청소를 하고 함께 점심을 먹습니다. 

주일에는 교회에서 아이들을 맞이하고 예배를 돕습니다. 

제게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다 보면 직장에 다니지 않음에도 글 쓰는 시간이 부족할 때가 있습니다. 

특별한 일정이 있어 글을 쓸 수 없는 날에는 새벽에 일어나 노트북을 켭니다.

친구도 만나야 하고 모임도 참석해야 하기에 창조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식재료와 생필품은 틈틈이 메모를 하여 일주일에 한두 번 온라인으로 장을 봅니다. 

TV는 보지 않으며 불필요한 만남은 자제합니다. 

집이 곧 일터이기에 글쓰기 전 집안을 정리합니다. 

청소를 해 놓지 않으면 청소거리가 눈에 들어와 집중 할 수 없습니다. 

글을 쓸 때 머릿속이 소란하지 않도록 해야 할 일은 미리미리 처리합니다. 

일은 끝없이 밀려오지만 계속 마음에 남아 부담을 주는 일은 빨리 해결하는 게 낫습니다. 

글을 쓰다 목이 뻣뻣해지면 몸을 풀 겸 틈새 노동을 합니다.

 작두콩이나 볶은 현미를 넣어 물을 끓입니다. 

오븐에 견과를 볶습니다. 

셔츠를 다리고 거울을 닦습니다. 

채수를 끓이고 반찬거리를 손질하기도 합니다. 


 밖에서도 자투리 시간을 적극 활용합니다. 

부모님이 천안에 사실 때는 한 시간 반 지하철을 타고 가며 글을 구상하고 초고를 고쳤습니다. 

이사 갈 부모님 집 인테리어를 진행할 때는 업체에서 집을 수리하는 동안 근처 카페나 아파트 앞 벤치에서 대기하며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 

평소에는 조용한 공간에서만 글을 쓰지만 시간이 도무지 나지 않는다면 어디서든 노트북을 펴고 글을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바빠서 창조 활동을 할 시간이 없다고 불평만 하고 있다면 그건 진짜 바빠서가 아니라 그만한 애정이 없어서일지 모릅니다. 

창조 하는 시간이 자신에게 정말 중요하다면 어떻게 해서든 시간을 내려 노력할 겁니다.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일상에서 하릴없이 버려지는 시간이 의외로 많습니다. 

어떤 경우에 시간을 아무 생각 없이 흘려버리고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시간도 창조해야 합니다. 

가정과 사회에서 여러 역할을 정신없이 수행하다보면 자신을 잃어버리기 쉽습니다. 

창조 시간은 내가 주체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온전한 내 시간을 위해 하루 일과를 살펴보고 중요하지 않은 일들 몇 개쯤은 포기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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