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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트별 Aug 11. 2021

시간 위에 올려진 우리

영화 <그린 나이트> 2021, 데이빗 로워리

섭리에 따를 것인가, 섭리를 만들 것인가.

종소리가 아침을 깨운다. 아직은 어스레한 분위기 속에서 낮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저마다의 루틴을 시작한다. 우리는 그렇게 언제나 하루하루 같은 시간을 마주하고, 살아간다. 시간만큼 공평한 게 또 있을까. 천하를 평정한 이에게도,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이에게도 그 과정만이 다를 뿐 시간은 고르게 흘러간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는다. 따지고 보면 큰 틀의 스포일러를 이미 알고 살아가는 셈이다. 그리하여 자연스레 시선이 좁혀진다.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그 섭리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게임 스타트

우리네 삶이 한낱 게임일 수도 있다. 그 게임을 가볍게 혹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온전히 우리 몫이다. 그렇게 튜토리얼을 마치고 떠나는 삶이라는 여정은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호기롭게 만반의 채비를 하고 나섰으나 예상치 못한 고난 앞에서 곧바로 고꾸라질 수 있다.


그러한 섭리를 어떻게 대할 것이냐에 따라 길을 잃은 상황을 타개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고단한 처지임에도 곁을 내어주는 친절을 베풀 수 있다. 선도자와 선구자의 어깨너머로 앞을 살피고, 뒤를 따라갈 수 있다. 고지를 앞두고 숨을 고를 수 있다. 유혹이 끌어가는 욕망을 마주할 수 있다. 이어 다시 섭리로 묶일 수 있다.



굴레가 될지 왕관이 될지, 모든 건 당신에게

계속 앞으로 나아갈지, 뒤로 돌아갈지 선택할 수 있다. 마침내 다다른 고지에서 시간을 갖는다. 여정의 끝, 무엇을 위한 삶인가를 상기한다. 시간이 흘러가는 건 섭리이고, 섭리는 곧 자연과 맞닿아 있다. 우리의 삶이 지독할 정도로 새빨갈지언정, 끝과 시작은 언제나 자연이기 때문이다.


그 녹색의 섭리 안에, 그러한 고리 안에 우리가 있다. 우리는 그 틀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지만, 다르게 여기고, 생각하고, 만들 순 있다. 그렇게 녹색의 허리띠를 벗어던지며 자신만의 섭리를 창조한다. 주체적인 선택으로 다시, 여정은 이어진다.


우리의 다음 혹은 다음의 우리라 할 수 있을 존재가 집어 들고 머리에 쓴 것이 굴레가 될지 왕관이 될지 역시, 선택에 달렸다.



지금도 시간은 흘러가고 있습니다

다시, 그래서 어떻게 살 것인가. 아마 평생의 과제다. 꼭 원대하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생각하지 않더라도, '어떻게'와 '어떤'은 시시각각 우리 앞에서 선택을 요구한다. 이를테면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무엇을 먹을 것인가, 몇 다시 몇 앞에 서서 열차를 기다릴 것인가, 어떤 음악을 들으며 갈 것인가와 같은, 소소하지만 또 나름 굉장히 중요하지 않을 수 없는 일종의 물음들이 수없이 도사리고 있다.


더불어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각자의 줏대는 존재하며, 또 스스로의 가치들을 축적한 소중한 개똥철학 하나쯤은 품고 산다. 그렇게 자신을 구성하는 재료들을 바탕으로, 시간이라는 재생 바에 올라타, 사소한 일부터 인생의 계획까지 새겨진 스펙트럼을 앞에 두고 하나하나 선택을 내린다.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픽 미 업

시간을 사용함에 있어, 허투루 쓴다는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 누구에게나 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 선택에 정답은 없다. 그저 상대적이고, 상대적이며, 상대적일 뿐이다. 단지 선택 이후의 책임을 수반하고, 어떻게 수반할 것인지 또 다음의 선택을 해야 한다. 시간이라는 섭리, 대자연의 섭리 안에서, 저마다의 여정에 나서는 선택만이 존재한다. 섭리 안에서 자신의 섭리를 만드는 선택 역시 우리의 몫이다.


크게 보면 삶이란 우리 앞에 도달하는 물음들을 계속해서 마주하고 답하여 가는 게 아닐까. 그래서 우리는 어떤 가웨인이 될 것이며, 어떤 가웨인으로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이며, 어떤 가웨인의 어떤 선택으로 어떠한 삶을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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