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하고 다소 시간이 지났다. 이전 회사에 같이 다녔던 동생이 결혼을 한다고 해서 결혼식장에 왔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인다. 나보다 이전에 무대를 내려간 사람도 있고 이후에 무대를 내려간 사람도 있다. 여전히 기존 회사의 무대를 지키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다 같이 모이니 너무 반갑다. 무대를 내려간 사람들은 하나 같이 기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물어본다. 과거에 자신들이 겪었던 문제는 아직도 있는지? 회사는 이상 없이 잘 유지되고 있는지? 현재 다니고 있는 사람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물어본다. 겪었던 문제가 여전히 답이 없다는 말을 들으니 신나서 관련 주제로 떠들기 시작한다. "내가 다닐 때는 그 문제가 더 심했어." 또는 "그 문제 나는 이렇게 대응했어."라고 하면서 모험담을 늘어놓는다. "여전히 그 회사는 너무 심하네."라고 하면서 공감도 해준다. 결혼식보다 회사 이야기가 더 핵심이고 주인공은 이직한 사람들이다. 누가 보면 기존 회사 임원들의 모임인 줄 알 수도 있겠다. 이직한 사람들이 신이 나서 이야기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가볍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깊은 이야기로 들어갈수록 기존 회사를 지키는 사람들은 표정이 안 좋아진다. 마냥 가볍게 이야기하기에는 남 이야기가 아니다.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역으로 이직한 사람들에게 잘 지내고 있는지 회사는 어떤지 물어본다. 안부도 궁금하겠지만 자신이 이직할 회사의 정보를 쌓는 역할이 더 클 것이다. 그런데 떠난 사람들의 표정이 대부분 안 좋다. 그 나물에 그 밥인가 보다. 한참을 자신들이 이동한 회사의 문제점을 돌아가면서 말한다. 정말 정신없이 몰입해서 말하다가 더 말하면 찝찝함만 남을 것 같은지 분위기 전환을 하려고 동생 한 명이 조용히 있는 나에게 질문을 한다.
“형은 잘 다니고 있어요?”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대답한다.
“웅, 낯설어서 어렵긴 하지만 지금 하는 일이 너무 재밌어!”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재밌긴 하다. 그런데 나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고 있다. 처음 들어가서 새로운 무대를 봤을 때는 너무 환상적이고 기대에 부풀었지만 점점 그 무대를 보면 볼수록 기존 무대에 있던 문제점들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진다. 당장 보이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똑같은 문제들이 나에게 다가올 것임을 나는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스로 꼭 그 문제를 이겨내야겠다는 각오를 마음속에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