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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빛 Jul 14. 2023

제주 뚜벅이라면 무조건 역세권


"그냥 버스만 타고 다녔어. 시간 같은 거 신경 안 쓰고. 정류장에 닿아 버스를 기다리고, 배고프면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사다가 먹으면서. 급할 거 없으니까. 그렇게 느린 템포로 며칠을 지내는데, 나름 괜찮더라. 불편하다기보다는 이게 진짜 제주스러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



수화기 너머 친구가 들려주는 문장들 위로, 나도 모르게 어릴 적 시내 근처 김수로왕릉까지 가야 있던 큰 도서관엘 가보겠다고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떠났던 그날이 펼쳐졌다. 비행기도, 기차, 지하철도 아닌 그저 땅 위를 묵묵히 달리는 버스에게 감사했던 그날이. 그날 도서관에 도착해 손에 쥐었던 책 한 권이 참 달았던 느낌까지도 또렷하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미 가까이 있는지 모르겠다. 편리하거나, 드라마틱한 무언가가 아닐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목말라하는 건 지금. 





어쨌거나 제주를 느리게 여행 중이던 친구와 그날의 통화 때문에 저자의 제주 살이는 차 없이 시작해 끝이 났다. 사실, 자연 속에 자연스러운 삶을 실컷 느껴보고 싶어 일부러 차 없이 시작한 건 맞지만, 결코 다른 분들께 추천드리지는 않을 것이다. 차가 한대 있으면 제주살이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생각보다 제주의 대중교통은 구석구석까지 닿지도, 자주 있지도 않기 때문에 제주 곳곳에 어마어마한 오름이며, 숲길을 시간 제약 없이 다니려면 아무래도 차 한 대는 필요하다. 무작정 드라이브를 나섰다가 펼쳐진 해변에 반해서 멈춰 돗자리와 책을 펼치고 피크닉이 시작될 수도 있고, 요가원이나 오일장 시장 등등을 자유로이 다닐 수가 있다. 차량에 탑승한 채로 배를 타고 우도나 마라도 등 섬여행을 함께 할 수 있는 것도 큰 매력. 저자는 자전거로 여름을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새하얀 겨울이 되니 세상 아름다워 갈 곳 많은 제주에 발이 꽁꽁 묶인 느낌마저 들었다. 물론 버스 시간표를 확인해서 동선을 짜고 치밀하게 계획해서 다녔던 하루하루들이 다 소중하게 남았지만. 버스 창밖으로 펼쳐지던 제주의 자연을 보며 참 많이도 할 말을 잃었지만.





오늘은 제주살이 뚜벅이 여행이 담긴 이 영상 하나로 마무리 해보려 한다.



with love,

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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