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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금빛 제주 04화

본인에게 맞는 동네 선정이 핵심

(시골이냐 더 시골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by 금빛


무작정 제주로 내려와 이 주간의 여행을 마치고 나니 내 안에는 이 섬에서 살아봐야겠다 하는 마음이 밤하늘의 보름달처럼 떴다. 그리곤 우선 급한 대로, 여행동안 지냈던 게스트하우스의 주인분께서 관리하시는 월세 빌라에 손바닥만 한 원룸을 한 달 예약했다. 그 도로가의 작은방 하나에도 백만 원을 넘게 받는다는 왠지 모를 을씨년스러운 인심에 제법 놀랐지만, 방이 비어 있으면 있었지 아무에게나 내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두 번을 놀라버렸다. 빌라는 육지에서 오는 스텝분들의 숙소가 되거나, 게스트 하우스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임시 숙소 방편으로 쓰일 용도로 비어있었고, 동네에 상주하며 작업하는 맘 맞는 아티스트분들이 운 좋으면 몇 달을 머물 수 있는 식이었다. 그런 깐깐한 빌라에 내가 입주할 수 있게 됐던 건, 그들이 가진 카페에서 영어 스터디를 열어 운영해 준다는 조건하에였다. 다행히도 내가 그들에게 쓸모 있는 존재였고, 덕분에 발품 팔 필요 없이 몇 달을 벌었지만 왠지 모르게 느껴지는 그들의 유조건적인 사랑은 불편했다. 그렇게 일년살이 숙소 헌팅이 시작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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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너머로 들리는 딸의 음성에서 무엇인가 감지한 엄마는 한걸음에 내려와 함께 집을 찾아 나서줬다. 아무래도 순수하고 구수한 엄마표 인상은 제주에서도 잘 통했다. 동네에 보이는 딱 두 군데 부동산을 들렀는데 그들은 단번에 물었다. "혹시 제주 돌집을 원하는 거예요?" 마치, 그런 로망을 안고 온 나같이 생긴 젊은이들이 한둘이 아녔던 모양인지. 다행히 여행하던 이주동안 제주의 태풍을 세 번 겪고 난 후라 내겐 그런 로망 같은 건 형태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내가 원했던 건 오직 한 가지, '자연을 가득 담은 창이 큰 집'이었다. 코로나 때문이었던 건지, 운 좋게도 부동산 단 두 곳 만에 그런 집이 눈앞에 나타났고, 나의 제주살이는 계약서 위 도장 소리와 함께 시작되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쉽지 않은 제주살이에 그 빌리지를 만난 건 커다란 행운이었다. 사방이 자연 속에 갇힌 커다란 창이 난 집에서 일 년을 실컷 제주와 사랑했으니 말이다.



막막할 수도, 귀찮을 수도 있지만 한 해의 나의 로망을 살 집이니 여행 겸 틈틈이 제주에 내려와 부동산을 들러 매물들을 둘러보는 정성을 들여보는 건 어떨까. 저자처럼, 시작은 게스트하우스(금등리)에서 동네 어귀(금능, 신창해안로)로 뻗어나갈 수도 있으니 우선 여행을 다니며 좋아하는 동네를 한번 점찍어 보자. 그리고는 좀 더 현실적으로, 주변에 자주 장 볼 수 있는 커다란 마트는 있는지, 뚜벅이라면 근처 버스 정류장은 있는지, 공항 직행버스는 마을에 지나다니는지, 주변 산책로는 도로와 너무 가깝지 않게 잘 이어져 있는지 등등, 흥미로운 마음을 장착하고 한번 골라보는 거다. 저자는 제주 깡시골을 만끽할 수 있었던 제주 서쪽 살이를 마무리하고 나니, 기회가 되는 다음엔 해가 떠오르는 동쪽(오조리, 종달리)의 일 년도 한번 살아 보고 싶다고! 여러분을 닮은 동네는 어느 곳일지, 당신이 고를 제주의 마을이 궁금하다.




with love,

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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