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날에는 김밥 꽁다리
무기력한 날에는 김밥 꽁다리를 먹는다.
만사가 눅진하고 반복되기만 할 때,
풀어헤쳐진 김밥 꽁다리 사이에
삐져나온 온갖 야채들 사이에선
어딘가 모를 작은 역동성이 꿈틀거린다.
꽁다리의 맛은 정갈하게 썰린 중간부분보다
더욱 더 풍성하기도 하다.
한입에 넣고 웅얼웅얼거리면
화악- 하고 퍼지는 맛에
숨겨져 있던 내 의지마저도
화들짝 놀라 일어서곤 한다.
버려져야 할 자리에서 찾은 다정함은
결국 따뜻한 위로가 되어 돌아온다.
쓸모 없어 보이는 날의 내가
김밥 꽁다리를 찾는 이유는
아마 그래서 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