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해"라고 말하는 연습

말하는 순간 숨 쉬는 마음

by 담연

아이었을 때 우리는 좋아하는게 많았고 망설임 없이 표현했고 대부분의 상황에서 지금보다 조금 더 많이 행복해했다. 그러다 철이 들어 마음에 드는 친구가 생기면서 좋아하는 마음을 슬그머니 숨기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나름 행복한 고민이었다.

그러다 어른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 "나 이거 좋아해"라는 말을 꿀꺽 삼키고만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었다. 혹여나 그런 류의 말을 하게 될 때면 머릿속에선 수많은 생각들을 하곤 했다. ' 이 말이 상대한테 너무 부담이 되진 않을까? 혹은 '너무 나대는 사람으로 보여지진 않을까?' 라는 종류의 생각들. 결국엔 이걸 좋아해도 될까로 이어지며 종종 나를 상대에게 맞춰준다는 명목하게 스스로를 잃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마음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즐겨 듣던 음악 리스트를 재생했을 때의 벅차오름, 밤바람을 맞으며 강변을 뛰어낼 때의 뿌듯함, 길을 가다 발견한 작은 꽃몽아리, 실없는 웃음 한자락을 남기는 인터넷의 릴스 한편에도 '좋아함'은 묻어 있었고, 내 깊은 마음 한자락 속에서는 이런 것들을 소중한 이들과 나누고자 하는 마음도 남아 있었다. 이런 마음들을 하나씩 포기하게 되자 알게 모르게 켜켜이 공허함이 쌓여 버렸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좋아함이란 살아 있음의 증거인데, 왜 나는 주저하고만 있을까. 뭔가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순간이 바로 '나'의 한 부분을 보여주는 관계맺기의 시작, 혹은 삶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순간인데 나는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 한 나머지 거기에 너무 큰 의미부여를 해 온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의 작은 요청마저도 외면해 온 것이 아닐까 라고 말이다. 그렇게 해서 잃어온 것은 결국 나 자신의 색깔, 온도였다.

그래서 요즘은 감사일기를 쓰듯, 하루에 세가지 정도, 좋아하는 것을 말하기를 연습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마트리카리아가 좋아. 작고 소박한 꽃이지만 올망 졸망 모여서 힘찬 꽃다발을 만들어 내'

'나는 제임스 블레이크가 좋아. 흐느끼는 듯 울리는 목소리가 아름다워.'

'나는 비가 오는 날 창문 밖으로 흐르는 빗소리가 좋아.'

이렇게 한발씩 내딛는 순간, 마음이 다시 살아 숨쉬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는 시시하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내가 나로서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작은 용기였다.

좋아하는게 많을 수록 삶은 행복해진다. 그리고 좋아하는걸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때 삶은 좀 더 다채로워지고, 자유로워진다.

오늘도 작은 용기를 내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말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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