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천천히 갈꺼야

달림의 끝에서 멈춤을 배우다

by 담연


나는 항상 목표가 중요한 사람이었어. 일 년이 시작되면 일 년 동안 달성하고 싶은 목표들을 설정해 놓고 그것들을 달성하기 위해서 달려 나갔어. 그건 단지 학교의 일 뿐만이 아니었지.


학교에서는 재미있는 수업을 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고 개인적으로는 가죽공예, 오토바이, 밴드, 위빙, 등등 무언가에 항상 도전해 왔었어. 새로운 목표들도 계속해서 생겨났었고. 난 목표들을 향해 달리는 스스로가 꽤 멋지다고 생각했고, 하나씩 달성해 나갈 때 쾌감을 느꼈어.

응.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내 모습이 마치 인생의 개척자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 그런데 몇 년 동안 갖은 공을 들였던 밴드가 갑자기 깨져버렸어. 10년을 가르치다 욕심을 내 바꿔 5년을 가르치던 내 티칭 과목에서도 부담감이 느껴지기 시작했어. '내가 더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 부담감과 허무함이 동시에 공존하기 시작하면서 스스로 무너져 내린 거지. 번아웃이 온거야.

여기서 멈출 수밖에 없었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거든.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 버려서. 억지로 한발 더 내디뎠다간 부러질 것만 같은 절박함이었어.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하고 병가를 내고, 휴직을 했어. 그리고 그제야 비로소 진정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다시 돌아보기로 했어.

멈추고 나서야 깨닫게 됐어. 목표 하나만을 바라보느라 놓치게 된 진짜 내가 알아야 할 것들. 가령 '난 무엇을 할 때 제일 나다워지는지', '내가 원하는 삶은 어떤 색깔일지?' 심지어 그 당시의 난 누군가 나의 취미와 특기를 묻는다면 거기에 답할 수 조차 없더라고. 그래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순간을 즐기면서, 하루하루를 마음에 담을 수 있을 때까지 진정 모든 것을 멈춰보기로 마음먹었어.

하지만 멈춘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더라. 모두들 제일 힘껏 달려 나가고 있을 때 나 혼자 제자리에 있다는 건 쓸쓸하고도 고된 싸움이었어. 처음엔 어찌할 바를 몰라서 아등바등했지. 감정이 뮤트되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기도 하고, 밤이 되면 술을 찾아야 잠에 들기도 했어.

하지만 말이야, 시간이 지나니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


어떤 감정들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지. 언제 나의 들숨과 날숨이 깊어지고 길어지는지. 나만의 리듬과 결은 어떠한 것들인지. 그리고 이런 내 주위를 에워싸고 뜨겁게 응원해 주는 이들은 어떤 이들인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더라고. 시간이 흘러가고, 생각에 잠기고, 글을 쓰기도 하고 근교로 짧은 여행을 가기도 하면서 나는 순간들을 온전히 즐겨내는 법을 배웠어. 그리고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결심했어. 내 자신을 다시 되찾고 싶었거든. 내가 원하던 나의 모습은 아쉽지만 학교에서는 없었어.

그래서 이제 다시 출발해보려고 해.
예전처럼 뭐든 신나고 들뜬 마음으로 시작하는 건 아니야. 조금 무섭고, 많이 불안하지.

그런데 괜찮아.
이제 멈춰서 숨 고르는 법을 아니까.
불안하면 잠시 멈출 수 있고, 두렵다는 감정도 곁에 두고 함께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나는 아마 또 천천히 내 리듬으로 걸어가겠지.
내 삶이 어떤 모양으로 흘러갈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이제는 꼭 알아야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

나는 그냥, 다시 걸어갈 거야.
이걸로 충분하니까.




(마지막 편이자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라, 어투를 바꿔보았어요. 그동안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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