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임 Mar 29. 2021

이런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어

 부스럭, 토돗 토돗 토돗

빼꼼히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개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나는 개가 나의 행방을 궁금해하는 것을 속으로 조그맣게 즐거워하면서 짐짓 모른 척 읽던 책을 계속 읽는다.

평소 같으면 얼씨구나 반기면서 나를 찾았느냐고 귀여워하며 벌써 그 복슬복슬 폭닥폭닥한 양 옆구리에 손을 끼워 안아 올렸을 일이다.

 나는 개를 너무 만져 탈이다. 이 귀여운 것을 사랑하는 마음을 추스르지 못해 하고많은 날 만지고 입을 맞춰대니 개가 귀찮아하지. 그래서 뽀뽀도 좀 줄이고 쓰담쓰담도 좀 줄여보려고.

그러면 손을   개는 기분 좋게 자다가 이렇게  번씩 나를 궁금해한다. 나를 찾는  조용한 소음이 나는 그렇게 반갑고 행복한 것이다. 짐짓 모른 척까지 해가면서 개의 관심을 즐기고 혼자 조그맣게 웃는다.  뒤통수에  닿는 개의 시선이 이렇게 말하는 듯도 하다.

내가 왔는데  돌아보지도 않아?’

 잠에서 깬 개가 나의 행방을 찾다 시야에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한 5초쯤 가만한 시선을 두다가 도로 잠자리로 돌아간다.  

토돗 토돗 토돗, 부스럭

만족스러운 안착. 빼꼼히 내다보면 붙박이처럼 올라앉은 빈백 소파 위에서 온몸으로 숨을 쉬며 새근새근 잠들어 있다. 저 복실복실 폭닥폭닥 고소한 냄새가 나는 생명체의 몸통이 일정한 곡선을 그리며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동안 나는 결코 쓰다듬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두 입술을 앙다물어 본다.

이전 15화 슬플 각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